【STV 차용환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잇단 공개 활동에 동행하며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후계자 내정설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12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과 곽길섭 초빙연구위원이 각각 집필한 보고서를 통해 상반된 시각을 내놨다. 정 부소장은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북한 권력 승계는 내정과 후계수업 → 대내적 공식화 → 대외적 공식화의 단계를 거친다”며 “김주애는 현재 ‘내정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격상해 호칭한 점에 주목했다. 정 부소장은 “이 표현은 김일성·김정숙·김정일·김정은에게만 쓰였던 특별한 수식어”라며 “김정은이 강력히 후계 구도를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군주제적 성격을 간과한 남한 중심적 시각이 후계 문제를 반복적으로 오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도 김주애 후계론에 힘을 보탰다.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국정원은 “김정은이 딸 주애를 해외 행사에 동행시키며 유력 후계자로서 서사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곽길섭 연구위원은 ‘김주애 소고 : 후계자 단정은 너무 이르다’라는 보고서에서 이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김정은의 나이(1984년생)가 아직 젊어 후계자를 미리 확정할 필요가 없다”며 “2021년 당 규약 개정으로 신설된 ‘당 제1비서’ 직제가 이미 권력 공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대 초반의 어린 딸을 조기 내정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호칭이나 공개 활동은 선전 당국이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주애를 둘러싼 후계자론은 ‘내정 단계에 들어섰다’는 주장과 ‘단정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맞서며 당분간 학계와 정보 당국의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