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란희 기자】인공지능은 애도의 문장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지만 상실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시간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소설가 김애란이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문학과 AI의 차이를 이 질문으로 풀어냈다. 김애란은 11일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개막 대담에서 AI로 쓰기 가장 어려운 글을 묻는다면 ‘어제 죽은 사람에 관한 글’이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어제 죽은 사람’은 동시대의 비극이나 개인의 상실을 가리키는 비유다. 그는 애도가 완성된 문장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문학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도 곧바로 답을 찾아내는 명민함보다는 기다림과 인내, 관대함이었다고 말했다. 질문에 빠르게 답하는 AI와 달리 문학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존재와 감정을 긴 과정 속에서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함께 대담한 칠레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한국에서 열린 점을 언급하며 한국을 AI 시대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만큼 인간 사회가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는 ‘
【STV 박란희 기자】도예가 김호정이 흙에 축적된 시간과 변화를 달항아리와 회화로 풀어낸다. 서울 용산구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대지의 풍경’을 통해서다. 전시장에는 달항아리 9점을 포함해 도자와 회화, 드로잉 등 모두 27점이 놓였다. 작품들은 인간과 자연, 전통과 현재가 흙이라는 재료 안에서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 작가는 흙을 정해진 형태로 가공하는 수동적인 재료로 보지 않는다. 온도와 건조 상태, 입자의 질감이 달라질 때마다 손의 힘과 움직임을 조절하며 재료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작품에 남긴다. 달항아리는 전통적인 곡선과 넉넉한 형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여기에 미색과 옅은 갈색, 짙은 갈색 등 서로 다른 흙의 색을 드러내 오늘의 감각으로 변화를 줬다. 회화에서는 구체적인 풍경을 재현하는 대신 흙과 안료의 표면, 색과 질감 자체를 화면에 담았다. 한국과 유럽, 미주에서 생산된 태토를 직접 비교한 실험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는 경희대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와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도예를 공부했다. 2021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특선을 받았으며 이번 전시는 23일까지 이어진다.
【STV 박상용 기자】진우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돼 종단 운영을 4년 더 맡게 됐다. 조계종에서 현직 총무원장이 재선된 것은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2013년 연임한 이후 13년 만이다. 3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실시된 투표에는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 등 선거인단 321명이 빠짐없이 참여했다. 진우스님은 183표를 확보해 138표를 얻은 전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을 45표 차로 제쳤다. 두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7.0%와 43.0%였다. 당선증을 받은 진우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고불식을 진행한 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서로 다른 목소리도 종단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선택을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한국불교의 도약을 주문한 뜻으로 받아들이며, 교구와 사부대중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는 입장이다. 진우스님은 첫 임기 동안 선명상 확산과 대중 포교에 힘을 실었다. 불교박람회와 템플스테이 등이 젊은 층의 관심을 끌면서 불교의 대중적 이미지가 달라졌지만, 이러한 흐름을 출가자와 신자 증가로 연결하는 일은 다음 임기의 주요 과제로 남았다. 승려 복지 확대와
【STV 박란희 기자】애니메이션에서 손짓 한 번으로 왕국을 얼리던 엘사의 마법이 무대 기술과 배우의 움직임으로 다시 태어났다.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 한국 초연이 13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무대는 벽과 바닥에 눈꽃 영상을 투사하고 조명과 안개, 눈가루, 크리스털 조형물을 겹쳐 아렌델과 얼음왕국을 표현한다. 대표곡 ‘렛 잇 고’의 절정에서는 섬광과 동시에 엘사의 의상이 바뀌며 관객이 원작에서 기대한 변신 장면을 완성한다. 순록 스벤과 눈사람 올라프는 배우의 신체 연기와 인형 조종을 결합했다. 스벤은 눈꺼풀과 귀가 움직이고 올라프는 표정과 손짓을 바꾸며 입에서 눈송이를 내보낸다. 궁정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샹들리에, 북유럽풍 의상과 소품도 원작의 시각적 분위기를 잇는다. 엘사 역 정선아는 ‘렛 잇 고’와 무대판 오리지널 곡 ‘괴물’을 불렀다. 안나 역 박진주는 밝고 낙천적인 모습부터 언니를 구하려는 후반부의 감정 변화를 연기했다. 김시영과 정원영은 각각 스벤과 올라프의 움직임과 노래를 맡았다. 작품은 자매 엘사와 안나가 두려움과 오해를 넘어 관계를 회복하는 원작의 이야기를 큰 변화 없이 따른다. 서울 공연은 2027년 3월 1일까지 이어지고 이후
【STV 박상용 기자】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학력과 승적을 둘러싼 고발·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임 출마를 공식화했다. 후보 자격과 종단의 검증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진우스님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비공개 출마 선언을 한 뒤 제38대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했다. 출마 선언에서는 현 임기 동안 이룬 종단 안정과 포교 성과를 토대로 한국불교의 도약을 이끌겠다고 했다. 선거제도 개편 검토와 비구니 권익 향상, 승려 복지 확대, 기본수행비 지원, 중앙 권한의 교구 이양 등을 공약했다. 후보 등록 직후에는 중앙종회의원 81명 가운데 53명이 진우스님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전 총무원 사회부장 각운스님은 진우스님의 학력과 사미계 수계 이력에 허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에는 총무원장 피선거권이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도 제기했다. 고발인 측은 사미계 수계 당시 학력 요건과 수행 이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고발인 측이 제기한 의혹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사실로 확정한 사안은 아니다. 조계종 총무
【STV 박상용 기자】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선거 절차와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는 공명선거 모니터단을 구성했다. 모니터단은 10일 서울 종로구 우정총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 없이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모니터단에는 대불련동문행동과 불력회, 신대승네트워크, 조계종민주노조,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등 5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총무원장 선거가 종도의 뜻과 종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인 만큼 후보자의 인맥이나 조직력보다 종책과 운영 철학이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감시 대상은 교구별 선거인단 구성과 선출 과정, 금품·향응 제공, 공적 지위와 종단 조직을 이용한 선거 개입 등이다. 후보자들에게 공명선거 서약을 요청하고 선거법 위반이나 불공정 행위에 관한 제보센터도 운영한다. 확인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소속과 지위에 관계없이 책임을 묻고 종단과 선거관리기구에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후보자들을 향해서는 비방이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각자의 정책과 철학을 놓고 경쟁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니터단 역시
【STV 박상용 기자】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를 지낸 경우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경우 스님은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부대중과 함께 ‘한국불교 대도약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우 스님은 청년층의 종교 이탈과 사회적 갈등,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을 종단이 직면한 과제로 진단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수행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종무행정과 전법·포교 방식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 출마 배경이다. 종단 운영에서는 합의와 소통, 투명성과 신뢰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의 집단지성을 종단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공동운영제를 도입하고, 교구법 제정과 말사 주지 임명권 이양을 통해 지방분권형 교구자치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교구 재정 확충과 행정 디지털화도 추진한다. 전통 수행 가풍을 잇기 위해 수행지원기금을 조성하고 선원시설을 현대화하는 한편, 간화선 국제센터와 수행 이력 관리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스님들의 수행과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승가복지도 강화해 수행자가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STV 박란희 기자】가야고분군과 제주 화산섬·용암동굴, 안동 하회마을 등 국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공연과 체험으로 만나는 ‘2026 세계유산축전’이 이달 28일 시작된다. 첫 무대는 경남 김해·함안·합천·고성·창녕, 경북 고령, 전북 남원에 걸쳐 있는 가야고분군이다. 2023년 세계유산 등재 이후 7개 지역이 공동으로 축전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식은 28일 함안박물관 일대에서 ‘7개의 이야기, 하나의 문명’을 주제로 열린다. 가야의 역사와 고분 조성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천체 관측과 발굴 체험 등이 진행된다. 제주에서는 10월 3일부터 18일까지 거문오름에서 월정리까지 이어지는 용암의 흔적을 걷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평소 출입이 제한된 동굴을 둘러보거나 세계유산 지역을 5박6일 동안 걷고 야영하는 ‘숨길원정대’에도 참여할 수 있다. 안동 축전은 10월 9일부터 25일까지 하회마을과 봉정사, 도산서원, 병산서원에서 열린다. 고택과 서원의 공연·전시, ‘봉정사에서 하룻밤’, 병산서원 만대루 야간 프로그램 등을 선보인다. 세계유산축전은 국내 세계유산의 역사적·자연적 가치를 국민이 직접 체험하도록 2020년 시작한 문화행사다. 지역별 세부 일정
【STV 박상용 기자】각운 스님이 제3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총무원의 엄정한 중립과 후보자 자격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요구했다. 진우 총무원장을 둘러싼 학력·수행 이력 의혹을 제기한 것은 종단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거듭 밝혔다. 각운 스님은 10일 ‘사부대중께 올리는 글’을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교계에서 제기된 의혹이 내부 갈등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진우 스님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4일 진우 스님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혹과 고발 내용은 아직 수사기관이나 사법부의 판단을 거치지 않았다. 각운 스님에 따르면 중앙종회의원 일부는 이튿날 자신을 승려법 제47조 제14호 위반 혐의로 호법부에 고발했고, 호법부는 제적 또는 멸빈의 징계를 호계원에 청구했다. 이는 징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호계원의 심리와 판단이 남아 있는 단계다. 각운 스님은 해당 조항의 징계 범위를 넘어 멸빈까지 청구했다면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며 절차와 적용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각운 스님은 총무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
【STV 박란희 기자】글렌 라이곤의 작업에서 글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머물지 않는다. 겹쳐지고 가려진 문장은 읽는 행위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드러내며, 무엇이 기록되고 무엇이 지워지는지를 질문한다. ‘스태틱’ 연작은 제임스 볼드윈의 에세이에서 가져온 문장을 흰색 오일 스틱으로 적은 뒤 검은 안료를 덮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글의 의미가 점차 흐려지는 대신 화면에는 흑백의 점과 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가 나타난다. ‘리댁티드’에서는 지움의 행위가 더욱 분명해진다. 텍스트를 가로지르는 X 표시는 검열이나 역사적 삭제를 떠올리게 하지만, 지워진 흔적 자체는 화면에 남아 관람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서울에서 새롭게 공개되는 달항아리 연작은 언어 대신 전통 도자기의 상징을 변형한다. 조선백자의 흰색을 짙은 숯빛으로 바꾸고 매끈한 균형보다 비대칭적인 윤곽과 거친 표면을 살렸다. 작품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도예가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점토와 소성 온도를 달리하는 실험을 거쳐 색과 질감을 구현했으며, 전통 형식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익숙한 문화적 이미지에 다른 해석을 덧붙였다. 라이곤의 국내 첫 개인전 ‘블랙 문’은 14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용산 아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