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서울의 9월은 이제 세계 미술계의 달력이 주목하는 시기가 되었다. 국제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과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같은 시기, 같은 공간에서 열리며 만들어낸 ‘키아프리즈’는 단순한 장터를 넘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이 되었다.
올해 프리즈에는 48개국에서 약 7만 명이 찾았고, 키아프에는 8만 2천여 명이 방문했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세계 유수 미술관과 기관 관계자, 그리고 젊은 수집가들까지 아우르며 한국 미술시장의 저변이 얼마나 넓어지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특히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 모던, 일본 모리 미술관 등 글로벌 기관 관계자들의 발길은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음을 상징한다.
시장의 성과도 눈에 띄었다. 프리즈 첫날부터 수십억 원대 작품이 거래됐고,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회화가 62억 원대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김환기의 작품이 20억 원에 거래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키아프에서도 박서보, 김창열 등 한국 거장의 작품은 물론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고루 판매되며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신호를 남겼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숫자와 기록 너머에 있다. 전통 회화와 현대 설치 작품, 해외 작가와 국내 신예의 작품이 한자리에 걸리고, 그 속에서 관람객들이 교류하는 장면은 예술이 가진 본질적 가치·소통과 공감을 다시금 일깨운다. 미술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20·30대 컬렉터가 늘어난 것은 예술이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이 세계 주요 아트페어의 무대로 자리매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 미술계가 지난 20여 년간 이룬 성장은 단순한 시장의 팽창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관심과 애정이 쌓인 결과다. 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한 것 역시 한국이 가진 문화적 저력을 보여준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공동 개최 계약은 2026년까지다. 최근 프리즈가 계약 연장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화랑협회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연장 여부는 단순한 행사 일정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 세계 미술의 무대로 계속 설 수 있는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서울의 9월은 이제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예술의 생명력을 확인하고, 시장 논리를 넘어 삶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다.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울은 ‘예술의 가치를 되살리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