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3대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의 혼란은 결국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됐다. 원내대표와의 사전 협의 과정을 사실상 부인하며 공개적으로 원내 지도부를 흔든 것은 단순한 불협화음이 아니라 지도자의 무책임한 태도였다.
정 대표는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라며 원내 지도부 합의안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는 협상 과정에서 논의가 있었다는 김병기 원내대표의 설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이다. 당의 공식 협상 책임자를 공개적으로 부정한 순간, 당내 신뢰는 무너졌고 원내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됐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부덕의 소치"라는 원론적 사과에 그쳤다. 이는 사태 수습이 아니라,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정 대표의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직후에도 국회 윤리특별위 여야 합의안을 뒤집으며 “투톱 체제”를 무력화시킨 전례가 있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도 김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다는 뒷말이 돌았다. 당대표가 원내 업무에 지나치게 개입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당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 결과가 지지층 기대와 다르면 지도부의 합의를 부정하고, 원내대표를 희생양으로 내세운다. 이는 협치의 공간을 없애고, 민주당을 더욱 폐쇄적인 정당으로 몰아넣는 길이다.
정치는 지도자가 책임을 짊어지고 설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 대표는 책임을 지는 대신 내부 갈등을 키우고 있다. 국민 앞에서조차 원내대표와의 불화를 숨기지 않고, 협상 결과를 뒤엎는 행태는 정치적 리더십의 결여를 보여준다.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정청래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대변인 역할을 내려놓고, 당 전체와 국민을 향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은 협치도, 당내 안정도, 국민적 신뢰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