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차용환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함께할 예정이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시점이 눈에 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본·미국 순방을 통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CSIS 강연에서 “한국이 과거처럼 안미경중 노선을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기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못 박았다. 이어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지칭하며 “한미일 협력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중국은 북러 정상의 전승절 참석 사실을 공개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응하는 듯한 태세를 취했다. 그간 중국은 대북 제재 준수로 북한과 거리를 두었으나, 최근 무역·외교 채널을 복원하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북중 교역액은 12억6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러 동맹 기반 위에 북중 관계를 복원하면서 3각 협력을 구축,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장용석 인제대 초빙교수는 “북중러 협력 구도를 만들어 전략적 위상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비핵화 전제를 뺀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미일 협력과 달리 북중러 관계는 북중·북러·중러라는 양자 틀에 기반해 있어, 구조적 차이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당장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평가는 과도하다”며 “중국과 북한의 관계 복원이 오히려 북미 대화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이번 방중이 본격적 외교전을 앞둔 ‘예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2000년 방중, 김정은 위원장의 2018·2019년 방중처럼 북미 정상회담 전 사전 행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드러난 북중러 3각 밀착은 한미일 협력과 즉각적인 대립 구도를 형성하기보다, 북한의 외교 공간을 넓히고 북미 대화의 새로운 변수를 만드는 무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