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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STV]가족간무관심, 자업자득임을 명심해야

  • STV
  • 등록 2013.04.23 15:05:51

노재환 교수의 무연사회

가족 간 무관심 , 자업자득(自業自得)임을 명심해야

▲노재환 본지 논설위원

80년대까지만 해도 이웃 간의 정이 돈독하고 인심이 후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따뜻한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런 세태와 더불어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노인을 공손히 모시는 당연한 미덕이 언제부터인가 거한 범절이 되었다는 것. 그리하여 노인지정석 같은 지정된 형식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점이다. 노인들이 젊은이에게 흡사 꾸지람의 명목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하기도 일쑤이니 예전 같으면 요지경 속 같다 할 일들이 이제 그저 얄궂다고 하며 지나쳐진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세태에는 자업자득(自業自得),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측면이 없지 않다. 젊은 세대의 도덕적 해이는 노인들도 포함된 기성세대, 바로 그들 자신이 행한 업(業)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다. 50~90년대 2차 산업의 급작스러운 발전과 여과 없이 봇물 터지듯 생긴 서비스산업의 우후죽순식 팽창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고 공공예절이나 공동체의식보다는 실리적 서비스마인드를 챙기도록 암시를 주었다. 수직상하의 경애(敬愛)는 몸이 배부른 연후에나 품는 여유라 역설했다. 바로 그들, 기성세대가 구축한 풍속 인프라였던 것이다.

일제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배고픔에 시달렸던, 지금 70~80대의 노인들은 자기 자식만큼은 맛난 음식 배부르게 먹이고, 따뜻한 입성 입히는 것이 못내 소원이었다. 그 소원 하나 이루려는 일념으로 불철주야 애쓰고 흡사 피땀을 흘리며 살아온 어르신들이다. 그 피와 땀들이 모인 결실은 의외로 커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던 대한민국은 어느덧 유복한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그 풍요로와진 사회상을 반영하는, 하지만 안타까운 사회상 하나는 2013년 현재 1년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이 8조 원어치에 이른다는 것이다. 젊은 새댁이 하수구에 버리는 부식더미, 젊은 직장인이 식당에서 잔뜩 시키고 쌓아놓는 잔반더미. 이러한 어설픈 풍요는 편의주의와 감각적 향락주의 속에서 매일 굶듯 하는 독거노인들의 쪽방을 더 좁아 보이게 만드는 슬픈 콘트라스트다.

내 자식과 내 가족만을 위하는 편협한 사랑이 산술적 씨너지로 작용해 적당히 잘 사는 나라는 만들었지만, 이제는 약발이 안 먹히는 구시대적 이기심일 뿐이다. 때로는 자타(自他)에게 무서운 화살도 된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학부모들의 교사 폭행사건에서 보듯이, 아이가 학교에서 교사에게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으면 자기 자식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그 교사를 원망하며 심지어 비방하면서 특단의 조처까지 취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벌하는 교사 위에 체벌하는 학부형 있는가 보다. 그런 부모의 편협한 행동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올바른 스승도 존경하지 않는데, 어떻게 자기 자식 위하는 남의 어르신들을 공경할 수 있겠는가? 존경과 사랑은 주고받고 또 결국 돌고 도는 것인데, 무논에 내려가서 오곡 적실 물을 부엌 선반 사발에만 쏟는구나.

조금은 엉뚱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고향은 전북 고창이다. 그곳에서는 갓 나온 보리 순을 뜯어 무쳐 먹거나, 밀가루에 버무려 부침개를 부쳐 먹는다. 지금 세대에게는 이색적인 웰빙(well-being)식단으로, 힐링(healing)해주는 별미쯤으로 비쳐질 수 있겠으나, 끼니 걱정을 달고 살던 어르신들에게는 아픈 추억이 서린, 사무친 한(恨)의 음식이고 그나마도 귀해서 곯았던 부침(浮沈) 많은 세파의 기억이다.

무슨 고개라 할 것 없이 그 시절의 아련한 봄은 춘궁기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의 고달픔으로 줄곧 기억되며 좀 많던 싱아, 찔러도 피 안 나는 찔레, 여리디 여린 보리순은 감자, 고구마보다 여위었지만 착한 먹거리였다. 이제는 제법 살 만해졌는데, 우리들의 착한 아버지, 어머니들은 험한 가난도 전쟁도 이겨냈는데, 고령화 시대의 복지나 누리는 식객 취급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

무임승차권을 받으니 한 켠의 좌석 차지하기도 미안한 마음, 그러면서 구석이라 섭섭한 마음. 명절이나 생신날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이 휴일을 반납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자식세대들은 지금 누리는 풍요의 시공간이 누구의 덕인지 모른다. 자식만을 귀히 여긴 부모님에게 일종의 세뇌 아닌 세뇌를 받아 자식인 자신만 귀하다는 것이다. 나와 남의 부모는 안중에 없다. 남의 자식도 안중에 없다. 이기적 핵가족만 난무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는 2.7명쯤이다. 예전보다 한참 많이 줄었다. 1~2인 가구가 834만 7000가구(48.2%)에 달한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은 112만 4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100세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나 정부의 대비책은 초라하고 개인의 준비는 미흡하니 돈 걱정, 건강 걱정에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 것 같다.

요즘은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그나마 단란했던 핵가족마저도 다소 파편화되어간다. 이제는 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정서적 해체도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실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10대들에게 물었더니, 조부모를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기껏해야 23.4%에 불과했다고 한다. 어이없게도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응답은 57.7%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가치의 경중을 못 따지는 판단의 부족도 부족이지만, 강아지보다도 순위가 밀리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참으로 딱한 신세이다.

가족 간의 정서적 해체는 가정폭력, 아동범죄, 노인의 고독사 등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존속살인도 최근 3년간 54% 이상 늘었으며, 간병살인과 치매살인 등의 중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가족의 해체를 단순한 사회적 악재로만 보기에는 궁극적 해결이 너무나 시급하다. 결손가정의 아동은 사회유대가 다소 힘들어지고 그 마음의 상처가 성장 이후의 개인적 불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유소년들은 불손한 청소년을 거쳐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반사회적 어른이 된다. 이들이 또한 존경과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한 이치이다.

그래도 가족이 있어 힘을 내고 가족과 함께이기 때문에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시절이 좋았는데… 너무나 좁게 울타리를 치고 내 가족만 위하던 그 소박한 애정도 이제는 갈 곳도, 방향도 잃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있다. 때가 지난 뒤에 어리석게 애를 쓰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죽은 뒤에 처방한다는 뜻이다. 한편, 문득 故박정희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유비무환(有備無患)’도 떠오른다. 철통 같은 방위태세를 구축하고 산업을 일으켜 헐벗은 빈국신세 그 닳고 닳은 옷 벗도록 한 그의 유비무환 정신은 사후약방문이 즐비한 와중에서 사실상 최고급의 ‘역발상’인 것이었다. 10년, 20년 후에 있을 우환과 하나하나의 사건을 선견지명으로 보았던 것일까? 어르신 모르는 하극상이 무서운 줄 체험으로 알았던 것일까?

이제 박대통령의 역발상에 견줄 수 있는 필자의 베스트 역발상 3가지를 전해보겠다. 먼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순 역발상’, 그 다음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찾아내어 실행까지 해보는 ‘발 빠른 역발상’, 아직 나타나지 않은 현상을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는 용기를 겸한 ‘용감무쌍 역발상’이다. 유비무환의 준비성에 용기를 얹었으니 다시 박대통령의 시대가 되어, 태평천하이든 아니든 두루 통하는, 기백이 강건한 발상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인과응보를 상정하는 온고지신인 것 같다. 진정 아름다운 미풍양속과 사회복지는 방관하는 제3자 아닌 가까운, 바로 옆 가족과 이웃의 정과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때 계도하고 이끌어주는 이도 있어야 마땅하며 그것은 보다 연륜 있고 경험 있는 어르신, 기성의 중견 구성원들이다. 굳이 연로하신 영험을 구할 것도 없다. 현재의 나와 현재의 사회는 모두 모반과 모태가 있으며 그것은 화합과 결속도 유도하는 우애를 낳는다. 어머니처럼.

독자들에게 명시적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부모세대들의 위업과 경륜을 인정하면서도 일말의 자업자득의 요소를 인식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좁은 편견의 사랑인 것인데, 일종의 노파심이면서 7080들이 받은 4060의 외사랑은 결코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용기 있는 유비무환의 역발상은 계획이 선행되고 부합되는 실천이 따르면 불리한 인과율도 극복하는 사전약방문이 될 것이다.

【노재환 논설위원 (고려대 연구교수)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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