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영돈 기자】작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2일 “APEC의 ‘열린 지역주의’가 보호무역 확산과 다자주의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 기조연설에서 “기존 다자주의 제도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자발성과 개방성, 합의 기반 협력이라는 APEC 원칙은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흐름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PEC이 ‘국가’ 대신 ‘경제체’라는 개념을 쓰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유럽연합(EU)보다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대에 더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휴대폰, 선박, 자동차뿐 아니라 K-팝, 오징어게임, K-뷰티까지 경제·문화적으로 놀라운 창조성을 가진 사회”라며 “APEC 내 다양한 협력을 주도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은 20년 만에 APEC 의장국을 맡아 이번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PECC는 APEC의 공식 옵서버이자 주요 싱크탱크로, 정부·기업·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번 총회는 네 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세션에서는 다자간 무역협정의 실효성 저하 속에서 APEC의 중요성을 논의했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AI와 첨단기술 분야 불평등 해소와 ‘APEC AI 이니셔티브’ 필요성이 제기됐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프레임워크 논의가, 마지막 세션에서는 APEC 모델의 한계·개선 방안과 역내 인재 교류 확대 전략이 다뤄졌다.
총회 결과는 ‘여의도 선언문’으로 정리돼 10월 APEC 정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AI 활용 방향, 회원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의 무역 패러다임, 인구변화 공동 전략 등이 담길 전망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청년 프로그램도 ‘KOPEC Youth Ambassadors’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재개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에서 “PECC 논의가 APEC 회원 경제체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구체적 프로젝트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