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별도 양자회담을 갖고 ‘혈맹’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3일 저녁 연회를 마친 뒤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2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러시아는 현대 신(新)나치즘에 맞선 싸움에서 북한의 역할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의 주도로 북한 특수부대가 우리의 새 협정(북러조약)에 부합하게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했다. 당신의 장병들은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웠다”고 치하했다. 이어 “여러분의 공동 전투 참여에 감사하고 싶다. 따뜻한 감사의 말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는 협정(북러조약)의 틀 안에서, 이 협정에 따른 의무로 러시아 국민·군대와 함께 싸웠다”며 “우리가 러시아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이를 형제의 의무라 생각한다. 러시아를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확대 회담을 약 1시간 30분 진행한 뒤, 1시간가량 단독 회담을 이어갔다. 타스 통신은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이번 중국 일정 중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3시간 30분)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대화였다고 전했다. 확대 회담에는 라브로프 외무장관,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등 러시아 핵심 인사들이 배석했다.
공식 발표된 모두발언 외에 실제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북한의 추가 파병 문제, 쿠르스크 재건 지원,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관련 협력 방안 등이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6천명을 추가 파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도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참석해 북·중·러 결속을 과시했다. 연회를 마친 두 정상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 ‘아우루스’를 함께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했으며, 차량 상석을 서로 양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회담을 마친 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차량 탑승 장소까지 직접 배웅했다. 두 정상은 악수와 포옹, 그리고 두 손을 맞잡은 인사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곧 뵙겠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기다리겠다. 방문하러 오시라”고 답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모스크바에 초대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추후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 2023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2024년 평양에 이어 네 번째 북러 정상회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