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란희 기자】죽음을 다루는 상조·장례 산업은 마케팅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대중은 죽음을 꺼리고, 기업은 그것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한다. TV 광고나 대면 영업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이미지 마케팅은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넘는 입지 전략이 존재한다. 바로 화장장 인근 장례식장이다.
화장장은 지역마다 1~2곳뿐이며,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보건복지부 예약 시스템을 통해 관리된다. 고인의 장례 절차를 밟는 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시설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누구나 반드시 한 번은 발을 들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조문객에 자연스럽게 인근 장례식장이 노출된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브랜드 인지가 형성되고, 이는 곧 실제 이용으로 이어진다.
경기 남부 지역의 한 화장시설 인근 장례식장을 방문했던 김모(58)씨는 "지인이 상을 당해 장례식장을 방문했는데 바로 옆에 화장장이 있는 걸 보고 신기했다"면서 "상주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화장하는 데 편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도 이 장례식을 이용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라고 말했다.
최모(62)씨도 "처음에는 '장례식장 위치가 시내와 좀 거리가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차를 이용해서 불편함은 없었다"라면서 "상주가 편하다고 하니 장례식장이 화장장 근처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화장장 근처 장례식장이 강한 경쟁력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장성'과 '접근성'이다.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이 억지로 광고하지 않아도, 그 장소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선택될 기회를 얻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례나 상조는 결국 사람이 겪는 일에서 출발하는 서비스다. 필요한 순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업체가 신뢰를 얻는다”며 “억지로 죽음을 포장하는 광고보다는, 실제 죽음을 겪는 현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상조업계 관계자는 “화장장 옆에 간판이 하나 걸려 있는 것, 그리고 거기에 상주 직원이 있다는 것만으로 TV 광고 몇 편보다 강력하다”며 “앞으로는 상조와 장례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마케팅 전략도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장례 산업의 마케팅은 복잡하지 않다. 필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게 만드는 것, 그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이 진짜 경쟁력이다. 그리고 화장장 옆 장례식장은 그 조건을 가장 자연스럽게 충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