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출범과 동시에 좌초했다.
혁신위원장에 선임된 안철수 의원은 이달 초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고도 공식 임명 20분 만에 위원장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위 발족을 의결한 당일, 혁신위 선장이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면서 전당대회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앞서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대와 전대까지 당을 이끌 비대위의 존재로 인해 혁신위의 전권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이처럼 출범과 동시에 붕괴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혁신위 좌초는 안 의원과 비대위 사이의 혁신위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인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주재한 이날 비대위에서는 혁신위원 7명 중 6명의 명단이 언론에 공지됐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이 백브리핑에서 밝힌 이들은 안 위원장 외 △최형두 의원(재선)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이다. 나머지 1명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임명 추진”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위원 구성안은 안 의원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아침 비대위로부터) 합의되지 않은 인사를 통과시키겠다는 문자를 받았다”라고 폭로했다.
안 의원은 “이번 혁신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약속을 받는 게 옳다고 판단했고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는데 결국은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라고 했다.
안 의원은 지난 6·3 대선에서 후보교체 파동을 일으킨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출당’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송 위원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으며, 안 의원은 혁신위 인선을 놓고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다고 날을 세웠다.
혁신위가 좌초하면서 국민의힘 내부 쇄신은 앞으로 더욱더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