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영국 루 하인스는 자신의 남편과 장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40세의 건강한 남편은 여느 날처럼 잠을 청했는데 루는 며칠 후 남편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
영국 일간 미러지는 지난 2일 남편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루의 사연을 전했다.
평소 루는 자신의 남편 피트와 모든 것을 주제로 대화를 했다. 하지만 딱 하나 ‘죽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루는 다른 수많은 부부처럼 죽음까지는 수십 년의 기한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국 리즈에 사는 루는 남편 피트와 같은 회사 소속이었다. 루는 피트에 대해 “영리하고 밝고 재치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삶은 평이하게 흘러갔고, 당시 40세의 나이의 피트는 각종 스포츠를 즐길 만큼 건강했다. 현재 48세인 루는 자신의 인생에 끔찍한 트라우마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2022년 12월, 몸이 좋지 않았던 피트는 토요일 아침에 잠을 잤다. 그는 중이염을 앓고 있었다. 루는 피트를 돌보면서 해열제를 가져다줬다. 늦은 밤에 루는 “윗층에서 나는 큰 소리”를 들었는데 침대에서 떨어진 피트가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피트는 결국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피트는 어떠한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생전에 ‘버리고들 관(wicker caske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관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이야기했다. 피트가 죽음에 대해 유일하게 남긴 말이었다.
루는 자신의 결혼식에 주례를 맡았던 친한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고 “장례지도사를 불러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루는 피트의 장례식장에서 무수한 질문을 들었다. 어떤 종류의 관이나 꽃으로 할 것인지, 어떤 사진을 배치할 것인지, 예배 순서를 정하고, (재생 될) 음악을 정하고, 누가 관을 옮길지, 화장은 어떻게 할지 등등 수없이 많은 결정을 해야 했다.
직원 복리후생 및 보호 제공업체인 메트라이프 UK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년 이내에 사별을 겪은 사람들 중 절반 미만(46%)이 장례식이나 추모식을 준비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다.
루는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그는 이러한 조언을 남겼다.
“제발 당신의 장례식을 준비할 사랑하는 사람과 묻히고 싶은지, 화장하고 싶은지 이야기 하세요. 누가 관을 들었으면 좋을지 또는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이야기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