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부결됐다. 헌정사에서 야당 간사 선임을 무기명 표결로 일방 부결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평가된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간사 선임은 인사 사항인 만큼 무기명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간사 선임을 표결에 부친 전례가 없다”며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결국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10명이 투표에 참여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서 안건은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상대 당이 간사 후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국회 운영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스스로 간사를 막아 놓고 협의 부재를 핑계로 삼는 모순은 법사위를 민주당의 ‘전횡 놀이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회의 초반부터 나 의원의 자격 문제를 제기했다. 전날 검찰이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을 구형한 점, 그리고 12·3 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면회한 행보를 “내란 옹호”로 규정하며 간사직 수행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박균택 의원은 “나 의원의 간사 선임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10가지가 넘는다”고 지적하며 과거 발언과 사건을 재차 거론했다. 민주당 간사 김용민 의원도 “이 정도 문제가 제기됐으면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사과 없는 태도를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내란이 터져도 ‘관행’ 얘기만 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상황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방은 고성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남편이 법원장인데 아내가 법사위 간사해서야 되겠나”라고 발언했고,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그런 말씀은 하시면 안 된다”고 맞섰다. 박 의원이 “내 아내는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민주당 측에선 “곽규택 인간 좀 돼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변호하던 인사가 법사위에 들어와 있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재판받는 의원도 있다”며 민주당의 공세를 역으로 겨냥했다. 그는 또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민주당 의원이 빠루를 들고 문을 뜯으려 한 사진이 있다”며 “나 의원이 그랬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나 의원 간사 선임안은 부결됐고, 법사위는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또다시 파행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