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여권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요구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회 밖 장외투쟁 카드를 사실상 꺼내들고 사법부 독립 수호를 내세운 것이다.
국민의힘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규모 규탄대회 개최 여부를 논의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국회 담벼락 안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장외로 나가 강력하게 투쟁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지도부 논의를 거쳐 가까운 시일 내 방식과 시기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 공정성과 독립성을 파괴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시도는 묵과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단호한 결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권의 사법부 공격에 맞서 결기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가 위헌이라고 하니 민주당이 전담재판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헌법 근거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며 “특검 사건 전부를 특정 재판부가 맡겠다는 것은 사법 질서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도 “정치권이 사건별 재판부를 설치하는 건 사법부 독립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병행하며 장외투쟁의 명분을 다지고 있다. 이달 안으로 시·도당 당원협의회별 ‘이재명 정권의 야당 말살·정치 탄압 실상 당원 교육’을 실시해 대규모 집회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장동혁 대표의 종교계 행보도 주목된다. 장 대표는 이날 한국교회총연합 김종혁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종생 총무를 잇달아 만나며 보수 개신교계와 접점을 늘렸다. 지난 14일에는 부산 세계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교계 민심을 다졌다. 국민의힘은 해병대 순직 사건 특검팀 압수수색과 손현보 목사 구속 등을 “종교 탄압”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다만 장외투쟁을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박정훈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광장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이 많을 것”이라며 “외부 연대가 ‘윤어게인’으로 비칠 수 있어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총에서도 “국회 내 집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은 장외투쟁과 별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없는 법안이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