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야가 전날 합의한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수정안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나"라며 "타협할 수 없는 원칙"임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은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시끄럽더라"며 "이재명이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어서 저에게 비난이 쏟아지는데 저는 (내용을) 실제로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치라는 게 야합하고는 다르다"면서 "매일 열 개를 훔치던 집단과 열심히 하던 집단이 '다섯 개만 훔치자'고 타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비유했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해 "개편을 못 한다고 일을 못 하는 것 아니다. 정부조직법은 천천히 하면 된다. 6개월 걸리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내란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라고 거듭 못 박았다.
사법제도와 관련해서도 소신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논란과 관련해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문하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입법부와 사법부가 다투면 나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같은 급진적 개혁에 선을 그었다. 다만 "수사·기소의 분리까지는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다"며 "수사가 부실해지지 않도록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주도하자"며 야당·여당·피해자·검찰 의견을 두루 수렴하는 논쟁적 검토 과정을 제안했다.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유튜브에서도 가짜뉴스로 관심을 끌고 돈 버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대신 "악의적인 (가짜뉴스에만) 엄격하게 하되, 배상액은 아주 크게 하자"고 제안했다.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안에 대해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라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에 대해서도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게 목표"라며 시장 친화적 방향을 시사했다.
반면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지금은 주가조작을 해서 이익을 본 것만 몰수하는데, 주가조작에 투입된 원금까지 싹 몰수하라고 (지시를) 해 놨다"며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우자 상속세 적용 기준 완화 방안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이번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규제와 관련해서는 상법 개정안을 옹호하며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닌, 부당한 악덕 기업인과 경영진, 일부 지배 주주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330명이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 직접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대미투자 관련 비자 발급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협상을 하고 있다"며 제도적 해결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