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지난달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방미길에 오르는 것이다.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이어 약 석 달 만의 두 번째 다자외교 무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한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한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참석을 한국이 비상계엄 및 내란 사태를 극복했음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민주주의 국가로서 제도적 안정성과 회복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연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인공지능(AI) 보안, 보건 협력 등 한국이 중견국 외교 차원에서 꾸준히 강조해온 글로벌 의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K컬처 확산을 통한 문화 외교 강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심은 북한 관련 메시지다. 역대 대통령들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 의지를 천명해온 만큼, 이 대통령 역시 북한을 향해 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전승절 직후 열리는 총회인 만큼, 이 발언이 국제사회의 대북 관여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연설에서 유사한 연장선상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같은 날 유엔총회 참석을 예고하면서, 두 정상이 짧은 환담이나 약식 회담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2차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선 회담에서 양측이 대북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뉴욕 회동이 성사된다면 실질적 진전을 담은 메시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이런 흐름은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두 정상이 매달 접촉을 이어가게 되면, 양국 협력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 정치적 위기에 놓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참석도 유력하다. 이 경우 한미일 정상 또는 3국 정상이 함께 서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 시대 한미일 협력의 지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강 대변인은 다만 "워낙 다양한 국가의 많은 정상이 찾는 다자 외교의 장으로서 정상외교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구체적 일정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