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본경선에 돌입하자 당 대표 후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재입당 문제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김문수 후보가 “계엄을 해서 누가 죽었나. 윤 전 대통령 재입당한다면 받아줄 것”이라고 밝힌 발언이었다. 이에 찬탄(탄핵 찬성) 성향의 안철수·조경태 후보가 강하게 반발했고, 반탄(탄핵 반대) 성향의 장동혁 후보가 김 후보 입장에 힘을 실으면서 논쟁이 확대됐다.
조경태 후보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요건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다”며 “그런데도 복당을 거론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정계 은퇴를 요청한다”며, 안 후보에게도 “혁신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제안했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계엄을 미화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전한길, 김문수, 장동혁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죄인”이라며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무시하고 보수 핵심 가치인 법치주의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당에 명분을 주고 돕는 셈”이라며 “전한길, 김문수, 장동혁, 이재명, 정청래 세력을 단호히 막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동혁 후보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해제 의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다”며 “야당의 의회 폭거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택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수용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입당 신청을 한다면 당에 도움이 되는 순간 할 것”이라며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 한 최고위원 후보도 “우리 당의 문호는 항상 개방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정강·정책에 동의하면 윤 전 대통령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본경선 당심을 겨냥한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탄 후보들이 ‘보수 야권 통합론’으로 단결을 강조하자, 찬탄 후보들이 중도·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공세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수감돼 정치 활동이 불가능한 인물을 두고 벌이는 논쟁 자체가 퇴행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지도부 인사는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런 선명성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당원들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윤 전 대통령은 더는 없다”며 “본인이 입당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