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20대 장례지도사가 방송에 출연해 내적 갈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장례지도사들도 심리상담을 받고, 죽음교육을 통해 사회 전체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방송된 MBN ‘오은영 스테이’에는 25세에 장례지도사 일을 시작한 사연자가 출연했다.
출연자는 “25세 때 장례지도학과 대학교를 나온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면서 “무서워서 안 할 거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는 지인의 권유로 장례식장에 참관하러 갔다가 “철로 된 침대에 고인이 계시더라. 그때 제 기억으로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너무 무서워서 바로 도망 나왔다. 집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한 시간 반 동안 했다”라고 했다.
출연자는 “염습이 다 끝났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자식분들이 자녀들이 고인 분을 안고 뽀뽀하고 볼도 비비고 하는 모습을 봤다. 갑자기 쥐구멍에 숨고 싶더라.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고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도망쳐 나갔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 소중한 사람이겠구나를 많이 느꼈다”면서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모실 수 있도록 배워두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라고 했다.
그는 절단사 사망자의 경우 부위별로 수습을 해야 하는데 그런 장면이 머릿 속에 떠올라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추락사 사망자의 장기가 빠져나와 있으면 수습하는 것도 장례지도사의 몫이다. 유족의 손을 잡고 고인의 이마에 온기를 넣어드리려고 했는데 손을 뿌리치던 유족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출연자는 “‘시체닦이랑 말도 안 한다’는 말을 직접 듣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오은영 박사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떠냐”라고 물었다. 그는 “어차피 돌아가시면 저를 만나게 된다. 당신들이 더럽게 생각하는 그 손으로 (언젠가는) 당신들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생각을 했었으니까”라고 성숙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전화기를 귀 옆에 두고 잔다고 하며 언제나 대기를 해야 하는 상태라서 그렇다고 했다. 실제로 장례지도사는 ‘영업직’에 가까워 걸려오는 영업 전화를 받아야 한다. 출연자는 스트레스가 누적돼 정신과 진단까지 받았고, 약을 먹고 나서야 괜찮아졌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열심히 하시는 거 알겠다. 응급이라는 건 사람이 살아있을 때다. 돌아가신 분의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걸 응급으로 다루고 있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오 박사는 “그런 식으로 일하면 오래 못 한다. 나의 일상, 건강, 심리적 안정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그 일을 오래 못한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장례지도사들은 다양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지 오래된 사망자를 수습해야 하거나 사고사 등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현장을 모두 접한다.
한 장례전문가는 “‘일이니까 해야 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면서 “심리 상담 등 창구를 운영해 장례지도사들의 심리를 다독여야 한다”라고 했다.
장례업계에 대한 낮은 인식은 ‘죽음 교육’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장례업계 전문가는 “죽음이 터부시된 사회에서는 죽음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일어나기 어렵다”면서 “죽음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