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영돈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감안해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국내외 복합적 사정을 고려해 불참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취임 이후의 산적한 국정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저히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대신 정부 대표단의 대참 여부는 나토 측과 협의 중이다.
대통령실은 불참 결정이 중동 지역의 전운 고조와 내각 구성 지연 등 현실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지며 유가와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내각조차 완비되지 않은 상태로 대통령이 며칠씩 자리를 비우는 게 맞느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예정됐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도 갑작스레 취소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불참 입장을 서면으로 공식 발표했다.
야권은 대통령의 결정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안이한 현실 인식이 부른 외교적 실책”이라며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섭 의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중동 정세’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재명식 모호성조차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미국의 중동 공습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추미애 의원은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은 국제법상 정당성이 없다”고 했고, 김현 의원도 “의회의 승인 없이 이뤄진 이번 공습은 미국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나토 참석 시 한국이 중동 문제에 깊숙이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은 2022년 이후 나토가 매년 초청해 온 인도·태평양 4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의 일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3년 연속 참석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불참이 외교 노선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당초 주요 관심사였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재추진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고려했지만, 실제로는 관세 협상 등 주요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