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친상을 당해 장례식을 치른 서울에 사는 A씨(53)는 장례식 내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집안에서 처음 당한 상이라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A씨는 형제 및 장례지도사와 상의해 장례식장에서 무난히 장례를 치렀다.
선친께서 유언을 남기지 않아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장례방식이 곧 집안 어른들의 가치관과 충돌하며 큰 갈등을 빚었다.
집안 어른들이 “어떻게 부친을 화장할 수 있느냐”면서 “선산에 모셔야 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선산에 모실 경우 현실적으로 자주 찾아뵙기가 쉽지 않은데다 묘 관리, 벌초 등의 문제를 종합할 때 봉안당 안치가 가장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불효 자식’이라는 낙인을 찍을까 두려워 A씨는 집안 어른들의 의지대로 부친을 선산에 모셨다.
더 큰 문제는 장례 과정에서 불거졌다. 형제들끼리 종교가 달라 누구는 기독교식으로, 누구는 전통 방식으로 장례를 진행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기독교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선친에 대한 절조차 하지 못하게 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었다.
A씨가 겨우 절충안을 제시해 무마했지만, 이 과정에서 A씨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화장률이 80%를 넘어서고, 살아있는 사람에 맞게 장례방식이 변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예전 방식대로 장례를 진행하고자 하는 관습이 살아있다.
가장 좋은 것은 장례식 이전에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 절충안을 마련해 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