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4일 시작됐지만, 여야의 고성과 막말, 신경전이 이어지며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날 청문회는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통일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열렸지만, 장관 자질 검증보다는 정쟁이 주를 이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노트북에 붙이고 청문회장에 입장했고, 이에 최민희 위원장은 개의 선언도 없이 산회를 선포했다. 이로 인해 청문회는 당초보다 82분 늦게 개의됐다.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갑질왕 강선우 OUT’이라는 문구를 부착하고 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 의원들도 ‘내란정당 아웃 발목잡기 스톱’ 등의 팻말로 맞불을 놨다. 청문회는 개의 13분 만에 정회됐다가 속개 이후에도 팻말을 둘러싼 실랑이가 계속됐다.
야당은 강 후보자에게 제기된 ‘보좌관 갑질’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고, 서범수 의원은 “대통령 심기 경호의 달인”이라며 인사 배경을 꼬집었다. 서 의원은 강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2023년 단식 당시 이불을 덮어주는 사진을 거론하며 “측근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강 후보자는 "이 논란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셨을 분들 관련해서는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라며 두 차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발달장애 자녀의 적응을 이유로 광화문 주거지를 유지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가 부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배경훈 과기부, 전재수 해수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증인 없이 열렸고, 강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증인 2명 중 1명만 출석했다.
여야가 청문회 전부터 증인 채택을 두고 극한 대립을 벌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모든 국무위원 후보자의 ‘전원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여론의 반응에 따라 낙마 가능성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 정부 첫출발부터 발목잡기냐. 이런 인청내란을 저지르니 지지율이 그 모양”이라며 “곧 위헌정당해산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힘 OUT”이라고 비판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MBC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때는 청문 보고서 없이 31명을 임명했지만, 저희 정부에서는 그렇게 무도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