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영돈 기자】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대폭 증액하기로 25일(현지시간) 공식 합의했다. 이는 기존 목표치인 2%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나토 정상들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군사력 증강에 투입하고, 최대 1.5%를 인프라 보호, 사이버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 간접 비용에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5%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준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동성명은 오는 2029년 전략환경 변화와 군사역량 목표 개편에 따라 지출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라는 간략한 표현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두고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 보지 않았던 역사적 수치"라며 "미국, 유럽, 서구 문명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전날에는 나토 집단방위조항(5조) 이행 여부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 합의 이후에는 "나는 그것을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날 나토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도 첫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 수호와 방산 협력 확대"를 명시하며 각국이 국방 지출을 늘릴 것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유럽 방산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