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임정이 기자】아파트 단지 재건축과 함께 새 아파트 공급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은 다세대·연립 빌라가 있는 지역을 구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철거 후 ‘재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 30년이 경과한 주택이 구역에 소재한 전체 주택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해야 하며 연면적 기준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이런 조건에 맞춰 대규모 재개발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 서울에는 뉴타운 광풍이 불었다. 당시 많은 세입자와 기존 주민들은 강제 퇴거시키며 진행된 전면 철거 기반의 재개발은 상당한 저항을 맞고 방향성을 상실했었다. 재개발 이후 재정착률이 0%에 달하는 곳이 많았고 20%대만 되더라도 높은 곳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과거 대규모 재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도시개발의 트렌드는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을 찾는 ‘도시 재생’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하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기의 도시재생은 지나치게 개발을 억제하며 보존만을 강조한 측면이 강했다. 도시 재생이라는 정책의 취지가 올바랐음에도 불구하고 세부 전략의 부재는 주택량의 적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전면 철거 기반의 재개발과 보존만을 강조했던 도시재생 모두 도시계획과 부동산 경제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은 아니었다.
다시, 현재 서울의 상황을 보면 뉴타운이 해제된 후 여러 지역에서 신축 빌라들이 많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구역 내에 노후 건물이 자연적으로 없어지면서 신축 빌라 비중이 증가했고, 30년 이상 주택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 연면적 60%이상이어야 한다는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또한, 노후도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주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노후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구역의 증가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힘든 과정 때문에 대규모 재개발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때, 대안으로 ‘소규모 재개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소규모 재개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하거나 불량한 건축물이 밀집한 구역에서 기존의 폭(가로)은 유지하면서 작은 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개발 면적(토지면적)은 1만㎡(3,000평) 이하이며 노후도 기준도 완화되었다. 정비계획 수립이나 구역 지정 등이 간소화되는 등 절차도 상당히 완화되었다.
위치가 좋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강남구 삼성역 대치 비취타운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으며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즉, 입지가 좋고 사업성이 좋은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 업체의 참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영등포역의 센트레빌아스테리움 역시 가로정비주택사업의 또 다른 예로, 동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스테리움’이 참여했다.
리모델링과 소규모 재개발의 장점은 신축을 통한 자산 가치의 상승, 적은 세대수 및 간이한 절차에 따른 빠른 사업 속도, 재개발·재건축이 불가능한 지역도 도시환경 개선 가능, 실거주 만족도 개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