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잇따라 북핵 압박 행렬에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면서 이란에서부터 이어온 대북(對北) 고립 외교의 전선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는 김정은 정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안보·군사·경찰분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토록 관계부처에 지시하겠다고도 했다.
우간다는 비동맹 중립주의를 표방하면서 1963년 3월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했다. 그러나 우간다는 역사적으로 북한과 군사분야에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북한 입장에서도 우간다는 아프리카의 주요 우방국으로 평가된다.
1970~1980년대 오보테 전 대통령 시절 북한은 우간다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했으며 1986년 무세베니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경찰·군사·의료분야 협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우간다 나카송골라, 마신디 등의 지역에는 북한의 군경교류단 50여명도 체류 중이다.
특히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집권 이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세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우간다가 보인 태도 변화는 북한에 적잖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이날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우간다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는 물론, 향후 대(對)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도 우리측 입장에 전향적 태도를 보여줬다"며 "우간다가 그동안 북한 측과 군사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유지했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의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우간다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것은 북한과 군사협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우리와 경제 및 개발협력을 강화하는 게 실익이 크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간다는 '제2차 국가개발계획(NDP)' 및 '비전 2040' 등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요구됐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우간다는 1963년 양국 수교 이후 우리 정상으로는 첫 국빈방문인 박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경제협력, 개발협력, 안보, 인적·문화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우리측과의 협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우간다의 입장 변화 배경을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우간다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점차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2014년 9월 국제김일성상 수상자로 무세베니 대통령을 선정하고 시상을 추진했지만 우간다측이 수상을 거부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의 의지도 강력히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경호를 본인이 스스로 맡겠다고 할 정도로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내부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의를 지속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두 정상은 2013년 5월 무세베니 대통령의 공식 방한을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2014년 9월에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이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으로 아프리카 국가원수 중에서는 박 대통령과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는 점도 북한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우간다에 앞서 방문한 에티오피아에서도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충실한 이행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북핵 저지 공조 약속을 이끌어냈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지상군을 파견한 국가이지만 북한과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이 70~80년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과의 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에티오피아에도 사회주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다.
북한과 에티오피아는 1998년과 2002년 각각 400만달러 규모의 군수물자 무상지원 협정, 300만달러 규모의 탄약 지원을 골자로 하는 방위산업 협력 협정을 각각 체결하는 등 최근까지도 군수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런 점에서 에티오피아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같은 편이라고 못박은 것은 북한에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간다, 한·에티오피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방협력 양해각서(MOU)도 각각 체결됨으로써 우리와의 국방·안보 분야 협력은 본격화되는 한편,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군사협력 가능성은 차단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달 초 이란과 수교 이후 54년 만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오래 전부터 긴밀한 군사적 협력 관계를 맺어 온 우방인 이란으로부터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분명하고도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끌어냈다.
이처럼 북한의 오랜 우방들을 중심으로 북핵 압박 외교가 점차 성과를 거두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느끼는 고립감이 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에서 시작된 대북 압박 움직임이 아프리카 전 지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수석은 "올해까지 친북적 성향을 보여온 우간다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의 안보리 결의안 이행 견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제재 회피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박 입항 거부와 자산동결 등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