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던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떠난 이를 추모하고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마음 속에 고인을 기억한다. 마음을 나눠 고인의 유가족을 다독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껏 알아온 장례식이다. 종교별로, 개인별로 의식의 절차와 강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한국인은 대체적으로 3일장을 치르고 화장을 한다.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다. 화장이냐 매장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고인을 위해 모여 추모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비슷한 풍경이다.
그런데 최근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기세다.

장례식에 오던 조문객들이 장례식 방문을 꺼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장례식 조문객이 줄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국가 차원에서 장례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유럽에서는 어쩔 수 없이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이, 미국에서는 온라인 장례식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조금 서글픈 풍경이다.
하지만 드라이브스루 장례식과 온라인 장례식이 더는 남의 일이 아닌 한국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국도 드라이브스루 장례식, 온라인 장례식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은 원래 일본에서 조문하는 노인들을 위해 고안 됐다. 드라이브스루로 유족들의 눈도장을 찍고, 조의금을 카드 결제나 계좌 송금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온라인 장례식도 도시 생활에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일본에서 도입된 형태다. 이 같은 장례식이 비상사태를 맞은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직장(直葬)이나 여타 소규모 장례식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조문객을 불러들이기 힘든 고령의 사망자 혹은 핵가족화로 일가친척과 만남도 잦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규모 장례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