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25일 우리 측 기자실에 난입해 “회담이 결렬될 위기”라고 소리친 돌발행동만 봐도 그렇다. 그는 이와 함께 “공업지구 운명이 파탄되면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복원시킬 수밖에 없다”는 위협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결국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이도 저도 끼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이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다. 이들은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오가면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실낱같은 희망마저 놓아버린 모습이다.
개성공단에서 7년 동안 의류업체를 운영해 온 한 입주기업 대표는 “천안함 폭침 때도 끄떡없던 개성공단인데,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가동 재개를 기대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얼마 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0곳 중 8곳이 한국수출입은행에 남북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는 점이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로 사실상 ‘철수’를 선언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지난 3일 기준 경협보험에 가입한 140개 기업 중 107개사가 수출입은행에 2,680억 원의 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으며, 이밖에 84개 기업에 대해서는 515억 원의 특별 대출을 집행했다.
경협보험 약관상 보험금을 받은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을 수출입은행에 넘겨야 하고, 다시 공단에 입주하려면 보험금을 되갚아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고사 직전의 기업들이 보험금을 갚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철수인 셈이다.
우리 측도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손실을 피해 갈 수 없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이 공단에 쏟아부은 투자액만 총 7,437억 원이며, 최근 통일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의 피해액은 1조 56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8월을 넘기면 개성공단 재가동은 의미가 없다며 “이후 공단이 정상화된다 해도 문을 닫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루속히 공단이 재가동 되길 바라는 입주 업체들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우선 재발 방지 합의만이라도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소노코쿠진웨어의 김석철 대표는 “‘서면’을 통해 재발 방지를 합의한 이후 신변보호 등 나머지 사항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자꾸 시기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공단부터 가동시켜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비대위는 장마철 공단 설비 점검을 위해 ‘긴급 정비인력팀’을 구성해 통일부에 공단 방북과 일정 기간 체류 등을 요청했으며, 26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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