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호근 기자】=17일간 열전이 펼쳐졌던 ‘눈과 얼음의 축제’ 2014소치동계올림픽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이제 60억 지구촌의 시선은 4년 뒤에 또다시 감동의 경기가 펼쳐진 평창으로 쏠리게 됐다.
24일 오전 1시 14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제22일 동계올림픽은 영광의 순간과 아쉬운 실패를 뒤로한 채 끝이 났고, 이제 4년 후 평창을 기약했다.
지난 8일 소치에서 타오르기 시작해 17일간 러시아를 비추다 전 세계 88개국, 2,856명의 선수들의 마음속에 옮겨붙은 뒤 이날 꺼진 성화는 그리스에서 다시 채화돼 4년 후 평창 하늘을 밝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올림픽 영웅’들은 ‘뜨겁고,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purs)'라는 대회 슬로건에 맞게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이성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역대 최다 규모인 71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금3·은3·동3개 등 총 8개의 메달을 챙겨와 종합 13위에 오르며 대회를 마쳤다.
평창 전초전으로 여겼던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 종합 10위 달성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대신 몇몇 종목에서의 가능성을 엿봤다.
금2·은2개로 14위에 머무르며 한국 동계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저조했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두 번째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한국은 4년 뒤 안방에서 펼쳐질 평창 대회를 기약했다.
올림픽 전통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서는 여자대표팀만이 금2·은1·동1개의 메달을 거두면서 ‘쇼트 강국’의 체면을 살렸고, 세대교체에 실패한 남자 대표팀은 빈손으로 돌아오며 평준화된 세계 수준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010밴쿠버 대회 당시 금3·은2개의 메달을 따내며 동계 종목의 다변화를 주도했던 스피드스케이팅은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만이 500m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5,000m와 1만m 개인 종목 입상에 실패한 이승훈(26·대한항공)은 주형준(23)·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과 팀을 이뤄 남자 팀추월에서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2연패로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끝내려던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전 종목 올림픽 출전을 이뤄낸 봅슬레이를 앞세운 썰매 종목과 최초로 결선 진출에 성공한 남자 모굴 스키, 여자컬링 등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소치에서 거둔 대표적 성과다.
개최국 러시아는 홈 어드밴티지를 살려 20년 만에 금13·은11·동9를 거두면서 구 소련 시절까지 포함하면 역대 아홉 번째, 러시아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1994년 릴레함베르 대회 이후로 20년 만에 종합 1위를 탈환하며 동계스포츠의 부활을 알렸다.
여기에는 500m, 1,000m, 5,000m 계주에서 메달을 따내며 대회 3관왕에 오른 러시아로 귀환한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도 크게 힘을 실었다.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뵈르겐(34·노르웨이)과 ‘여자 바이애슬론 강자’ 다르야 돔라체바(28·벨라루스)도 각각 3관왕에 올랐다.
기대했던 세계기록은 세우지 못했지만 총 10개의 올림픽기록이 만들어졌다.
이상화(25·서울시청)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두 개의 37초28과 합계 1분 14초 70이라는 두 개의 올림픽기록을 세웠고,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3분46초50의 올림픽 기록은 만들어냈다.
바이애슬론의 ‘살아있는 전설’ 올레 아이너 뵈르달렌(40·노르웨이)은 개인종목 최고령 우승과 금8·은4·동1개의 총 13개 메달을 목에 걸며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획득 기록 타이틀을 챙겼다.
한국은 폐회식 기수로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6회 출전에 빛나는 이규혁(36·서울시청)을 뽑았다. 폐회식은 개회식과 다르게 각국 기수단이 먼저 입장하고 선수단은 따로 순서를 정하지 않고 함께 입장했다.
개회식이 ‘러시아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것과 달리 폐회식은 ‘러시아의 반영’이라는 주제로 4만 관중의 눈을 사로잡았고, 특히 거울 속에 비친 러시아의 모습을 표현한다는 뜻으로 정한 주제에서는 자신에 찬 러시아의 나르시즘이 엿보였다.
개회식이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 시간이었다면, 이날 폐회식은 세계적인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러시아답계 미술 시간에 견주어질 만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거장’ 카지미르 말레비치와 ‘추상 미술의 아버지’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크 샤갈을 주제로 별도의 코너가 따로 마련될 정도였고, ‘폴카’ 연주에 맞춰 샤갈·칸딘스키·말레비치의 작품이 스타디움에 재현되기도 했다.
개회식 때도 소개됐던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 안톤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러시아가 낳은 12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형 스크린에 등장하면서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들도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세르게이 라흐마니조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울려 퍼지며 관중의 귀를 홀렸다.
많은 문화 예술인이 탄생한 러시아는 폐회식 처음부터 끝까지 러시아의 우월성을 알리기에 바빴다.
러시아 자랑이 끝나갈 무렵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으로의 올림픽기 이양식이 이뤄졌다.
아나톨리 파호모프 소치 시장으로부터 대회기를 인수받은 토마스 바흐(61·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다시 이석래 평창군수에게 대회기를 전달했다.
대회기는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4년 뒤까지 평창군청에 보관된다.
인수 문화예술공연이 이어지면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가 대한민국 평창임을 각인시켰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서편제’ 등 한국적 콘텐츠를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키운 윤호진 뮤지컬 감독이 문화예술공연의 총감독을 맡아 60억 지구촌을 주목시켰다.
총 3막으로 구성된 문화예술공연의 테마인 ‘동행(A Journey Together)'에 맞춰 ‘평창의 깨어남’, ‘함께 꾸는 평창의 꿈’, ‘새로운 지평으로의 동행’ 등 각각의 주제로 열린 공연이 8분간 펼쳐졌다.
역을 대표해 평창과 강릉의 초등학생 최승훈 군과 이예빈 양이 애국가를 제창했고, 가수 이승철과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오른 ‘아리랑’을 부르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root2-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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