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24 보선으로 후보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안철수 의원. 그의 국회상임위 배치를 둘러싸고 정치권 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입성 1주차를 치르고 돌잡이 하러 나온 안 의원의 선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관례상, 재·보궐선거 당선자는 전임자의 상임위를 승계하는 탓에 애초에 안 의원은 전임 노회찬 전 의원이 속했던 정무위원회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안 의원 본인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온 데다 1100억원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무위 배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안 의원이 정무위로 가려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업무상 관련성을 없애기 위해 '주식 보유자 백지신탁 의무'에 근거하여, 주식을 전량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당초 서울시장직을 저울질했던 터라 안철수 의원의 잠정목표가 (그럴 리 없지만) 주식헐값매각이라도 되는 듯 보일 지경이다.
만약 안 의원이 안랩 주식을 지금처럼 보유할 경우, 정무위도 정무위지만 벤처 ‘기업’ 업무와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나 산업통상자원위에도 배속될 수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안 의원의 입장표명 방식 역시 논란 확산에 한몫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안 의원은 처음으로 본회의 표결에 참가한 지난달 29일 상임위 배정과 관련,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하고 정무위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회의 관행과 규정에 따라서 해야겠죠. 지금 국회 측과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1일에는 "지금 당장은 내가 가진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나 체험하면서 시야를 넓혀 궁극에 공헌도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먼저 보겠다"며 정무위에는 가지 않게 됨을 시사했다. 너그러운 관행대로인 것이다.
이 같은 안 의원의 태도는 결국 국회 내 논쟁을 촉발시켰다. 정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은 "정무위 소속이고 법안심사 소위원으로 활동했던 노 전 의원 지역구에서 당선됐으니 당연히 정무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노 전의원은 "관례나 편의보다 당사자의 희망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며 후임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역구 주민들도 “결석인 노원병 국회의원을 선출한 것이지 정무위 결원을 메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하며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 문제는 급기야 민주당대표 경선의 화두로까지 떠올랐다. 당대표 후보인 이용섭 의원은 "안 의원이 국회 교문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교문위를 양보하더라도 안 의원의 새 정치 실현을 도울 것"이라며 굳은 뜻을 밝혔다.
그러자 민주당 내 한 인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서 그 결과 교문위가 매머드급 상임위가 된 탓에 당내 경쟁이 치열했다. 한 사람이 상임위를 포기하면 그 상임위를 원했던 당내 의원에게 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상임위 문제를 무소속과 교섭단체가 이런 식으로 맞트레이드한 역사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과거 많은 공직자들이 개인적인 이해와 공리가 상충될 때 소탐대실 아닌 적절한 선택을 한 바 있다. 국가원수가 되기 위해 기부는 할 수 있지만, 의원 나설 때도 아껴둔 것을 이제 와서 뜨거운 감자, 당장 힘든 보직 맡으려 매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상용 기자 2007@paran.com】
www.s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