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장겸 MBC 사장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지청(서부지청)에 자진 출석해 12시간이 넘는 고강도 수사를 받았다.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나흘 만이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 마포구 고용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해 12시간여가 지난 오후 10시12분께 귀가했다.
담담한 표정의 김 사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와 조합원 업무 배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6개월밖에 안 된 사장이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실히 답변했다"고 답했다.
'부당노동행위 혐의 인정하는지', '정치권에 구명 활동했는지' 등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서부지청에 출석하면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언론자유와 방송공정을 어떻게 지킬까 며칠간 고민이 많았다. 취임 6개월밖에 안 된 사장이 정권을 통해 사실상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나. 당당히 조사받고 가겠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사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당한 뒤 고용노동부 소환에 3차례 넘게 불응해 지난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김 사장은 전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 기습 출근,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서부지청 근로감독관들에게 자진 출두 의사를 밝혔다.
부당노동행위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정당한 조합활동을 한 것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MBC에서는 2012년 파업 이후 6명이 해고됐고 수백명이 징계를 받거나 비제작부서로 전보됐다. 김 사장은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등 핵심 요직에서 이를 총괄한 책임자로 지목돼왔다.
서부지청은 최저임금제 위반, 근로계약서 미교부, 일부 퇴직금 미지급 등 위반 혐의도 적발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전 MBC 사장도 이날 서부지청에 출석해 3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사장은 이날 낮 12시40분께 서부지청에 출석해 오후 3시24분께 귀가했다.
서부지청은 이날 김 전 사장 재임 당시 이뤄진 MBC 노조원 교육프로그램 인사발령 등과 관련해 집중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서는 2012년 파업 이후 파업 참가자들이 부당 교육 발령을 받는 등 전보 발령 조치된 사례가 있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당시)본부장들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나을 거 같다고 했다"며 "있는대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또 "부당노동행위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부지청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사장을 비롯한 MBC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MBC 특별근로감독과 관련해 "MBC PD·기자들을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배치해 상식 밖의 관리를 한 일이 확인됐다"며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지청은 언론노조 MBC본부가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감독을 신청하자 지난 6월29일부터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