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경제팀】= 노동조합의 사외 이사 추천이 은행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자신들이 지명하는 친노조 성향의 인사를 사외이사에 앉히는 것이 부당 인사나 불투명 경영 등을 감시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고유의 인사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인데다, 정치화된 노조의 자기 기득권만을 강화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며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대립은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노동차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고 점차 민간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맞물려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그룹의 낡은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11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기 전 노동조합 추천을 통해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노조는 "지주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충실할 수 있는 근원적 해결책은 바로 주주와 직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직접 참여를 통한 '경제 민주주의 실현'에 있다"며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 추천 건을 재추진 중이다. 앞서 우리은행 노조는 과점주주 방식의 민영화를 이룬 이후 이사회에 같은 요구를 했다. 4%의 지분을 보유한 과점주주도 사외이사 추천권이 있는데, 5%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이런 권리가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였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5곳의 과점주주가 추천한 5명의 사외이사로 이사회를 꾸렸는데, 이들 과점주주의 지분율은 대부분 4%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의 주식비율은 7월말 기준으로 5.29%에 달한다.
이와 관련, 당시 당국은 과점주주의 사외이사 추천권은 매각 조건에 포함된 사항으로 노조의 우리사주조합 추천주장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정리했었다.
이에 우리은행 노조는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 등이 끝나는 대로 사외이사를 다시 추천할 방침이다.
최근 은행 노조들이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친 노동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포함했다. 노동자의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을을 행사하는 제도로, 이르면 내년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한다.
그러나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조의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조가 조합원으로부터 위임장(3%)을 받아 주주제안을 하면 상법상 이사회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안건을 주총에 부의해야 한다. 하지만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주총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는 기본적으로 은행이 얼마나 돈을 잘 벌고 배당을 잘해주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노동자 추천 이사제가 수익성에 얼마나 도움이 줄지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다"며 "법제화하지 않는 이상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먼저 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노동자추천이사제는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해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나친 경영권 침해로 결국 노조의 잇속만 챙기게 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며 "노조가 정치적으로 흐르지 않고 직원들의 지지를 받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