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사회팀】= 정부가 지난달부터 한달 반 넘게 추진해 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1년 미루기로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브리핑을 열고 당초 이날 발표하기로 했던 수능개편을 1년간 유예하고 2021학년도 수능은 현재 체제와 같이 한국사와 영어 두 과목만 절대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 17일 '대입 단순화 및 수능개편 추진 태스크포스(TF)' 신설과 함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이달말까지 확정하겠다고 한지 46일만이다.
정부가 이달 10일 내놓은 수능개편 1안(7개 과목 중 4개 과목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은 모두 폐기되고 원점에서 논의된다.
이에따라 대입 전형중 학생부 위주 전형이 2018학년도 기준 63.9%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 방안만 제시해 변별력 문제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불신 등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교육부가 시안 발표직후 4차례에 걸쳐 진행한 공청회에서는 '변별력 상실', '불공정 우려가 큰 학종 확대' 등을 우려하며 수능을 상대평가하라는 목소리와 '일부 과목 쏠림현상(풍선효과)' 등을 고려해 전 과목 절대평가하라는 목소리로 나뉘었다.
수능 개편안 확정발표 시기가 다가오자 교원단체와 교육시민단체 등은 단체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1안과 2안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안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냈다.
특히 해당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중학교 3학년생을 자녀를 뒀다는 한 학부모는 "이런 졸속행정으로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라며 "수능준비. 통합과학. 통합사회 준비.. 교과과정도 보여주기식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교과과정 바꾸지말고 수능보던지 해야지 통합과학·사회를 추가하면 지금도 힘든 과학1에다 2개선택에 과학2도 해야하면 사교육 더 해야한다"며 "수능이 아니라 내신을 없애달라. 내신상대평가에 애들 죽어난다. 아니면 내신시험을 교과서내에서 내달라"고 하소연했다.
중2 학부모들의 불만도 컸다. 한 학부모는 "앞으로 1년동안 불확실한 상태로 지내야 하냐"며 "많은 의견을 듣고 충분히 숙고하는 것도 좋지만 이리저리 휘둘려 원칙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는 태도를 취하면 결국 피해보는건 우리 아이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더라도 논란이 계속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안뿐 아니라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체제 개편 등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전반을 망라한 '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논의 기구로 내세운 '대입정책포럼'(가칭)을 둘러싼 전문성·공정성·대표성 문제도 남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다음달초 발족 예정인 국가교육회의 역시 당초 약속했던 대통령의 의장 참여가 무산되고 교원 및 학부모단체 대표의 당연직 참여가 배제된 가운데 자기 사람 심기가 현실화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이 포럼이 공정하게 의견을 수렴해 국민적·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낼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전 과목 절대평가로 가면 변별력은 어떻게 할 거냐', '수능 영향력이 약화되면 학종이 커질 텐데 학종 문제는 어떻게 개선할 거냐'는 질문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가질 수 있는 의문"이라며 "합리적인 의문과 문제제기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아 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수능 개편안보다 절대평가 전환 시 변별력 확보 방안과 학종 개선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육평론가의 생각이다.
'대입정책포럼'(가칭)과 관련해 그는 "포럼 구성이나 운영방식에 주의해야 한다"며 "보기 좋게 어느 쪽 단체에 몇 석 주고 교원대표에게 몇 석 주는 등 '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면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