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사회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가 25일 결론 나면서 법원이 특검과 삼성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사회적 이목이 쏠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게 승마 및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등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부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 작업은 '가공의 틀'이라며 대가성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의 유·무죄 판단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공여가 유죄로 인정되면 그와 연관된 나머지 혐의도 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 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다른 4가지 혐의도 받고 있다.
◇정유라 승마 지원, 朴 직무 관련 대가성 인정될까
삼성이 정유라(21)씨에게 지원한 승마훈련 비용의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범 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인식하고 있거나 범행과 관련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정씨의 승마훈련 비용으로 지원한 77억9735만원(약속 213억원)을 단순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단순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
다만 직무의 구체적 행위까지 특정하는 것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것이면 포괄적인 범위라고 해도 혐의가 성립되는데, 대통령의 경우 중요정책 등 국정 전반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더 넓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넘겨진 사건에서도 법원은 대통령 직무행위와 포괄적 대가 관계에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해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이 없도록 하려고 돈을 준 이상 대가관계가 불특정하다는 이유로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특검은 승마 지원을 한 배경에 대가성이 충분히 있다고 봤다.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돈을 주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최씨 측에 승마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고 할 만큼 가까운 사이임을 알았기 때문에 대가를 바라고 경제적 지원을 했다는 판단이다.
특검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면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했다"며 "이 부회장 등이 대통령 직무상 요구 이외에 다른 사유로 지원할 이유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승마 등 모든 지원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것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에게 금품이 귀속되지 않았고, 최씨와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도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계열사의 다양한 현안을 특검이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허구의 프레임으로 만들었고,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한 최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한번도 정유라를 언급한 적 없고 요청사항이 아니었다"며 "최씨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한 것이며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재단·영재센터는 '제3자 뇌물수수'...부정한 청탁 관건
이 부회장 등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220억2800만원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대법원은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때 단순뇌물죄와의 차이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더해 부정한 청탁까지 인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세차례 비공개 면담에서 삼성의 현안에 대한 청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등 현안을 논의했고 그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등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판 막판에 증거로 제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도 대통령이 사전에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 및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대통령 요구에 따라 제공된 금원들은 대통령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에 따른 뇌물임이 명백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독대 과정에서 승계 작업 관련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어떠한 로비를 한 적 없고, 대통령이 이를 지시한 것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이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 역시 다른 기업들과 다를 바 없이 수동적으로 참여했을 뿐인데 뇌물로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대통령이 삼성 각 계열사 개별 현안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며 "승계 작업 도움을 주는 대가라고 인식하거나 양해했어야 하는데 승계 작업 자체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도 마지막 재판에서 직접 "제 사익이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무엇을 부탁한다거나 그런 기대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