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사회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주의를 보장하라. 집회의 자유는 불법이 아니다."
24일 오후 8시30분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의 스크린 위로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 집회는 인권이다'는 플랭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대학생, 직장인 등의 모습이 떠올랐다.
실제 사람이 아닌 3차원 영상(홀로그램)을 이용한 '유령집회'다.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열린 '유령집회'를 벤치마킹했다. 정부를 상대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변정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략캠페인팀 팀장은 "시민들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청와대 앞 도로 위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지만 금지통보를 받아 이쪽으로 옮겨온 것이 가장 아쉽다"면서 "이곳 집회도 한국에서 집회의 자유가 어떻게 제한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올해 1월 초부터 다섯 달 가량 집회를 준비해왔다. 이날 사전에 촬영한 영상을 가로 10m, 세로 3m의 반투명 판에 투영해 30분 가량 상영했다.
영상 속 시민들은 "이렇게 유령들이 여기 모였다", "준비해둔 도구를 흔들며 신나게 외치자",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라, 집회의 자유는 불법이 아니다"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국내 집회 시위의 자유와 경찰력 사용, 인권상황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전략캠페인팀에서 추진했다. 이 팀은 영상 촬영을 자원한 시민 120명의 목소리와 움직임, 구호 등을 10분짜리 영상으로 세 번에 걸쳐 담아냈다고 한다. 앰네스티 회원들이 집회 추진 비용을 지원했다.
박찬성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겸 변호사는 "홀로그램 집회는 스페인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집시법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대한민국 헌법의 하위법인데 시민들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본 직장인 박모(28·여)씨는 "과거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당했다"며 "이번에는 시민들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받는 것에 대항해 홀로그램을 이용해 시위를 하는 것이 신선하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 현장 한 켠에는 소음 측정기가 설치된 경찰차가 눈에 띄었다. 변 팀장은 "경찰이 집회 소음을 데시벨로 측정하는 것도 집회, 시위를 제한하는 하나의 방편"이라면서 "홀로그램 시위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실제 시민들이 모여서 시위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