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회복 ‧ 공감 교육이 중시되는 분위기 조성해야
학교 폭력의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아이들에 관한 기사가 잇따르자, 교육청과 학교 등 관계 기관에서는 그때마다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 도입된 ‘스쿨 폴리스제도’도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 중 하나다.
뜨거운 감자, 스쿨 폴리스
스쿨 폴리스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각종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 경찰관을 상주시키는 제도로 가해 학생을 선도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도입됐다. 올 1월부터 각 학교에 2명의 현직 경찰관이 배정되어 학생들이 언제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배움터 지킴이’, ‘우리학교 경찰관제’ 등 기존의 제도와도 중복된 데다 경찰력을 교내에 상주시키는 데에 대한 부작용 등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스쿨 폴리스가 시행된 이후에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실효성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가 스쿨 폴리스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학교폭력 대안 마련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개최 중인 기독교 교사모임 ‘(사)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진우‧임종화, www.goodteacher.org)’의 김진우 대표는 이에 관해 “초창기에는 스쿨 폴리스가 교사의 영역을 대체하고 침해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꼭 그렇게 볼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물리적으로 심한 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초기부터 경찰이 개입해 경찰 조사를 바탕으로 학폭위를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좋은 교사운동의 의견을 내세웠다. 조사부터 처벌까지 모든 부분을 교사들이 처리하자면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성을 가진 경찰이 초기에 사실관계 확인 등을 정리해주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건에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스쿨 폴리스가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 가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교사운동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종화 대표는 “우리나라 모든 정서나 정책의 문제는 학교 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발생 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닌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처벌 하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처벌 아닌 화해
임 대표 말대로, 학교 폭력에 관한 보도 뒤에는 어김없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가해자가 학생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학교폭력이 계속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학생에게도 예외 없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것을 강요한다. 쏟아지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문제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학교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 단체에서는 여론에서 주장하는 강력한 처벌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가해자를 전학보내고 아무리 강력한 처벌을 한다한들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한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아이들을 감옥에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도소에 갔던 사람이 재범율이 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도 증명된 내용이다. 아이들을 감옥에 보냈다가 잘못이 뭔지도 못한 채 이들이 나오면 그것은 또다시 사회 문제로 남게 된다. 전학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로, 다른 학교의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강제 전학에 처해진 아이들은 그곳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또다시 사고를 친다. 학교에서는 강제전학을 보냈으니 세게 처벌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이 같은 처벌보다 학교 폭력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피해자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어린 사과와 뉘우침이지 가해자를 벌주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승소해도 상처뿐인 영광일 뿐, 실제로 피해자 입장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가급적이면 적당한 선에서 화해하고, 필요하면 보상이 이루어지는 선에서 마무리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이렇듯 정작 중요한 것은 화해 과정이지만 현재 절차에는 그런 화해 과정이 빠져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학교 폭력 대책에는 담임선생님이 신고를 받으면 반드시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학폭위가 개최되면 서면사과부터 전학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조치가 취해지고 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이는 선생님의 중재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사과와 화해가 이뤄지던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은 반드시 조치가 취해지고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가해자는 사과는 커녕 절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을 감추는 일에만 급급하다. 가해자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사과할 필요 없이 발뺌만 하면 된다. 그러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뻔뻔한 태도에 더 분노하고, 또다시 상처받는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끼어들 틈은 없다.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발생한 일인데 정작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과정이 없는 것이다. 예전처럼 교사가 가해자와 피해자들 사이에서 이들을 화해시키고 중재하는 과정에 무언가 사건이 발생한다면 이는 규정대로 바로 학폭위를 열지 않은 교사의 책임이 된다. 열성을 가지고 가해 학생의 처벌을 막고, 피해자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교사는 오히려 다친다. 교사는 그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개입하지 않고 있다가 신고를 받으면 바로 학폭위를 개최해버리면 된다. 신고 후 학폭위만 바로 개최한다면 교사에게는 어떤 책임도 없다. 그러니 교사로서는 큰 사고가 발생되기 전까지는 모른 척 해버리면 그만이다.
이처럼 학교 폭력 관련 절차가 강화된 것이 오히려 교사에게는 책임을 면피하게 하고, 정작 중요한 요인은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지금의 법적 절차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위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가해자 스스로 ‘잘못’임을 인지해야 완벽한 해결
앞서 언급한 대로 학교 폭력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년범의 경우 고소가 진행되면 바로 법정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본인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부분들을 약속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정성을 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어느 정도 만족을 느끼고 합의한다면 법적 처벌에서 정상 참작이 되는 화해과정이 소년범을 다스리는 법원에는 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는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 제대로 책임을 묻고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조치보다 강력한 것일 수 있다. 현재 학교폭력 특별대책에는 서면사과와 봉사, 학부모 교육, 특별교육이수, 전학 등의 처벌에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거나 기록이 되어도 금방 지워지는 4개 정도의 처벌에 그친다. 그리고 이러한 처벌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조금 우습다.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과만 적어 내면 그만이고, 청소 며칠 하면 끝난다. 특별교육이라는 것도 폭력이 얼마나 나쁜 것이고, 그로 인해 상대가 얼마나 힘들었을 지에 관한 이해보다 재미있게 상담하고 놀이하면서 얻어지는 것 없이 돌아온다. 심지어 그곳에서 비슷한 아이들을 만나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피해자에게는 이런 형식적인 과정보다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다. 그렇게 충분히 대화가 오간 뒤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완벽한 해결이라 볼 수 없다. 그러니 학폭위 개최 이전에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간단한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지금의 절차와 조치를 밟아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바로 법적처분에 해당하는 조치를 하도록만 되어 있지 화해과정이라는 것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없는 구조다. 지금의 절차를 밟기 전에 가해자 피해자 모임 같은 것을 통해 양자가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화해와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화가 선행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고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한다면 또 다른 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해자는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재수 없이 생활기록부에 적혔다’는 생각만 하게 되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발 뻗고 잘 수 없는 불편한 관계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러면 또다시 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현재 절차는 ‘처리’가 될 뿐 ‘해결’은 아닌 셈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관계성 회복’
이들은 ‘관계성 회복 교육’을 또 다른 대안으로 내세웠다. 임 대표는 “현재 학교 폭력 예방교육의 문제점은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하면 신고하라는 것과 신고를 당하면 이러한 처벌을 받게 되니 폭력을 저지르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 같은 예방 교육은 실제로 신고율이 높아진 것을 보면 분명 효과가 있긴 하다. 조사 규모가 커진 것을 감안하면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피해율이 줄어든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대강당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비디오를 틀어주고, 경찰이 와서 강의를 하면 아이들은 뒤에서 장난만 치고 있기 일쑤다. 그래서 학급별로 교육을 하도록 하니, 담임조차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자료만 나눠주고 영상을 보여주는 형식적인 실적용 교육에 그친다. 이들은 아이들의 폭력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은 많은데 학교로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단적인 예로, 일주일에 최소 한번 정도는 학급회의 시간이 있지만 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급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학급 담임의 주도하에 해결하고, 아이들의 관계가 좋아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학급회의는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학급회의의 필요성을 알고 시간표상에는 학급회의 시간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는 독도교육, 성교육, 저작권 교육 등 잡다한 교육이 이뤄진다. 그러다보면 학급회의를 하는 것은 일 년에 네 번 정도뿐이다. 어쩌다 한 번 이뤄지는 학급회의는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당연히 담임을 중심으로 학급의 공동체적 관계를 만드는 본래의 취지는 생각할 수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게다가 학교폭력 교육마저 형식적으로 끝나버리니 계속 겉돌기만 하고 예방도, 대책도 아닌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폭력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일상에서 관계회복이나 갈등회복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회복적 서클(대화모임)은 아이들의 갈등을 아이들이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그런 교육을 할 수 없는 교육적 여건”이라고 말을 이었다. 교사들에게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야 하고, 평소 갈등 해결을 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3,700명 정도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하는 교육은 이들이 아닌 교육부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고, 좋은교사운동에 속한 3,700명의 교사가 아닌 모든 교사들에게 확대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담임이 운영할 수 있는 학급 자율학습 시간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교사가 갈등해결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시간이 마련되면 관계성이 회복되고 학교 폭력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교육부에서는 스포츠 활동을 하면 아이들의 폭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은 내세워 학교 수업에 스포츠 활동을 끌어들였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과 예산을 할애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학교마다 체육활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 700억~800억의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으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운동장이 좁고 주변에 활용할 인프라가 없는 학교에서는 좁은 운동장에 8~9개 반이 체육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고 싸우는 문제가 비일비재 하다. 더욱이 우리의 스포츠 관행은 리그를 벌이며 경쟁을 일삼는다. 그로인해 싸우는 아이도 많고, 대결 구도의 스포츠 시간에서는 폭력 가해자 그룹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소외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된다.
그럼에도 마치 스포츠 활동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처럼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 폭력성 완화를 위해서는 스포츠 활동보다 예술 활동이나 관계성 교육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임 대표는 “어차피 많은 예산이 스포츠 활동에 쓰여 돈이 없다면, 스포츠 시간으로 확보된 한 시간에 예술교육이나 관계성 회복 교육 등 다른 교육을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국가가 의무적으로 강제화한 스포츠에만 시간을 활용하도록 제한한 것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러한 폭력 예방 교육이 정규 교과 과정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매번 교육부에서는 도덕, 사회, 국어 등 일부 교과 교사들에게 폭력예방 교육을 하라는 지침과 자료를 내려 보낸다. 하지만 자세한 연수를 받지 않고 자료만으로 한 두 시간 연수만으로는 소화하기도 버거운데다, 진도 나가는 것이 빠듯한 교사들에게 폭력 예방 교육이 들어갈 틈은 없다. 사전에 교사 연수 없이 자료만 배포하는 것에 그친 폭력 예방교육이 제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그러니 기존의 교과과정은 그대로 두고 무작정 들이대기보다 어떤 과목이든 기존 교육과정을 고쳐 교과서 안으로 넣어야 진정성 있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학교 폭력이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를 근거로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잘 관찰하는 것을 교사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CCTV설치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이들을 지키고 가르치는 것은 엄연히 교사의 몫이라는 소리다. 수업을 마친 교사가 다음 교사에게 인수인계하며 학교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아이들끼리만 있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을 실천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대학진학 강요하면서 폭력해결 하라는 사회의 압력은 ‘모순’
사회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문제가 있다. 학교 폭력이란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의 학교 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 경쟁을 해야만 하는 구조 속에서 공부만을 강조하며 인성교육은 뒷전이다. 학교 폭력이라는 것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평소 이러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재의 시간을 떼어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교과 시간을 줄이고 학급회의 시간을 늘리겠다고 하면 그걸 반길 학부모는 몇 안된다. 학교 폭력이라는 것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평소 이러한 교육들이 중요하지만, 교과 수업보다 이를 더 중요시 여기는 부모와 학교는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문제를 풀라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들의 어린 시절과 달리 갈등해결에 대한 경험 능력이 부족하다. 현재의 학부모들이 자랄 때는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싸우기도 하고, 의견 충돌에도 부딪히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며 스스로 풀어나갔다. 반면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고, 혼자 게임하고, 혼자 놀면서 혼자 큰다. 예전 같으면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했을 축구조차 스포츠클럽에 가야만 한다. 이렇게 어른들이 만들어 준 룰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허약해진 상태다. 허약해진 아이는 갈등이 발생하고 폭력을 당했을 때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가해자가 장난으로 한 행동에 상대는 죽을 만큼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공감능력의 부족이다.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것이 아닌 경험에 의한 학습 효과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렇게 갈등해소 방법을 모르고, 공감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니 점점 심각한 수위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학교 커리큘럼 상에서 경험 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교육이 필요 없었던 세대의 부모들은 관계성 회복 교육의 필요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교과 수업 중심의 학교만을 강요해 왔다. 이런 시험을 보기 위한 암기 수업에 익숙한 아이들 역시 심각한 폭력 사태가 벌어져도 아랑곳 않고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다. 교사와 아이, 학부모 모두 나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법대로 처리만 하고나면 그만이다. 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난리를 피우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쏟자 하면 반대부터 하고 나선다.
교사들도 교육부가 시키는 대로 충실히 해온 것인데, 해결이 안됐다고 해서 교사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것에 있어 교사도 피해자의 하나다. 사회에서는 학교에 열심히 국영수 가르쳐서 대학 잘 보내라고 해놓고, 그러다가 아이가 죽으면 학교 책임이라 말한다. 그리고 심각한 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지금보다 더 세게 처벌하고, 더 강력한 해결책을 요구한다.
그렇게 처벌의 수위만 높이면 폭력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위한 교과교육 보다, 아니 최소한 교과교육 못지 않게 아이들의 갈등해결 능력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학교 폭력의 뿌리를 뽑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더 센 처벌이 아닌 진정성 있는 예방교육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교과 수업보다 더욱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호근 기자 root2-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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