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차용환 기자】이란이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외교관계를 복원하면서 중동의 정치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사우디에 있는 외교 공관 3곳이 초기 단계의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과 사우디는 지난 3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 회담을 열고 단교 7년 만에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또 2개월 내에 상호 대사관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칸아니 대변인의 발표는 양측의 외교 정상화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란인 65명의 수단 탈출에 도움을 준 사우디에 재차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수단에 거주하던 이란인 65명은 지난달 29일 사우디 선박을 타고 제다로 대피 후 여객기를 타고 귀국했다.
이란과 사우디가 외교관계를 복원하면서 중동의 정치지형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의 관계 복원을 중국이 중재하면서 중국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동시에 중동을 ‘정치적으로 관리’하던 미국의 존재감은 약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방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중시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하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또한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무산됐던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직전 투표 독려차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핵합의는 끝났지만 우리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 복원에 다리를 놓으면서 중동에서 존재감이 부쩍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