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임정이 기자】17개국 성인들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 14개국 국민은 ‘가족’을 꼽은 반면, 유일하게 한국 국민은 ‘물질적 풍요’를 꼽았다.
투자환경이 급격하게 위축했던 2022년에도 ‘머니러시(세대와 관계없이 월급 이외의 돈을 만드는데 지대한 관심을 가진 모든 경향성을 보여주는 용어)’는 계속됐다. 고공행진 하는 금리와 오르지 않는 월급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투자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머니러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일지도 모른다.
2022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돈을 투자하는 ‘재테크’, 시간을 투자하는 ‘시테크’,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덕테크’의 형태로 수익 창출을 시도했다.
△재테크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한 해였다. 부동산 시장, 금융시장 할 것 없이 모두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대다수 소비자는 공격적인 재테크를 잠시 접어두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투자 방법으로 우회했다.
그 전략으로는 첫 번째, ‘안전자산’으로 돌아오기다. 2022년 하반기에 접어들어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예·적금 상품의 인기가 높아졌다. 증시가 폭락하자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들은 발 빠르게 위험자산과 손절하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했다. 그 중의 하나가 ’파킹통장‘이다. 언제든지 자금 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은 하루만 예치해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제공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월이자 지급식 채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3개월 주기였던 이자 지급 시기를 1개월로 단축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는 ’소액‘으로 투자하기다. ’소수점 거래‘나 ’조각 투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위험을 분산시키고 안정적인 이익을 도모했다.
△시테크
‘시간은 금’이란 오래된 격언이 있지만, 요즘에는 이 격언이 매우 새로운 방식으로 실현되고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시간을 플랫폼 등에 할애하고 그 대가를 수익의 형태로 받는 ‘시테크(시간+재테크)’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돈 벌기와는 구별된다. 이제는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자고있는 시간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 예로 만보기 앱 캐시워크이다. 소비자의 광고 시청 시간에 포인트를 지급하는 기본적인 모델이다. 스테픈은 앱 내에 운동화를 보유한 이용자가 야외에서 걷거나 뛸 경우 스마트폰 GPS와 연동되어 운동량에 따른 보상으로 토큰을 제공한다. 이 토큰은 현금화하거나 운동화 업그레이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BNK부산은행의 ‘KB반려금 행복적금’은 인증샷을 남기면 금리를 올려주고, 펫 다이어리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금융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유는 MZ세대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덕테크
타인과 고립되어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드는 행위인 덕질에 대해 기존에는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덕질력’으로까지 인정받는다. 재테크에 덕질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수익과 즐거움을 모두 충족하는 ‘덕테크(덕질+재테크)’를 시도하고 있다. 원하는 것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MZ세대를 필두로 덕테크의 범위가 나날이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직업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N잡러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는 N잡을 할 때 수익 못지않게 과정상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수입원은 유지하되 좋아하는 취미 활동으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덕테크는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소비자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으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재테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실이 됐다. 일의 연장선이었던 기존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재테크 방법을 만들어가는 게 유즘 트렌드다. 시장이 부여하는 보상 대신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나다운 재테크를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