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임정이 기자】불황기 소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먼저 소비지출이 줄고 저렴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주된 키워드로는 바로 ‘합리’이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노트북의 4분의 1가격에 휴대성을 높인 ‘넷북’이 열풍을 일으켰고, 합리적 가격에 패션 감각을 드높인 스페인의 SPA브랜드 자라(ZARA)가 국내에 진출한 것도 2008년이다. 그 전에 진출해 있던 ‘유니클로’도 이때부터 폭발적인 매출의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2년 중반을 지나며 대형 마트의 저가 치킨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 외에도 도시락 싸기, 무지출 챌린지, 반값 시리즈 열풍, 외식·배달보다 가정식 선호 등 최근 실용과 합리를 강조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
불황기의 패션을 설명하는 두 키워드는 ‘복고’와 ‘본능’이다. 호황기에 새롭고 대담한 스타일이나 실루엣을 강조하는 패션이 주로 뜬다면, 불황기에는 복고 스타일이나 신체적 매력을 강조하는 패션이 주목받는다. 현재 ‘Y2K패션’이라고 불리는 복고풍 패션 혹은 ‘포켓몬빵’과 같은 추억의 맛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흔히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라는 속설이 있는데, 최근에는 언더붑(가슴의 아래쪽을 강조하는 노출 패션)스타일로 바뀐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불황기 도서시장에서는 독자들을 위로해주는 힐링 혹은 상담 관련 내용이나 재테크 서적이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경향이 있고, 상품 시장에서는 본능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이 뜨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최근 관찰되는 여러 소비 트렌드는 불황기 소비의 전형적인 패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불경기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가 위축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명품시장은 성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단지 소득 격차가 커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위 ‘작은 사치’를 위한 상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상품, 구매의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상품등은 불황기에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경기라고 하더라도 소비 시장을 획일적인 시각이 아니라 소비자 세그먼트(segment)별로 세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이러한 추세적 변화가 경기침체라는 주기적 변화와 만나 어떠한 트렌드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추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