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길까가 아니라 어떻게 잘 질 것인가를 고민했어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은 달랐다.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봤다.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의 이유를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자는 당헌까지 수정하며 자기 부정에 나섰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시작이다.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며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축소시키려 시도했다. 이 또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기왕 선거에 나선 것이라면 민주당은 미래를 놓고 야당과 다퉈야 했다.
하지만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맥락 없는 네거티브에 집중했다. TBS 라디오의 진행자 김어준 씨를 동원해 매일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서울시민들은 피로감을 느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열세에 놓인 민주당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엘시티 의혹, 박 후보의 딸 입시비리 의혹 등을 연일 제기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국정 운영의 책임, 대한민국 수도와 제2도시의 지자체장을 배출한 180석의 거대 여당으로서 무게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정책은 실종되고 시민들의 뇌리에 ‘생태탕’과 ‘페라가모 구두’만 남았다.
민주당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지만, 지는 것도 방법이 있고, 잘 져야만 시민들은 차후에 기회를 준다.
하지만 민주당의 ‘추태’로 인해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대권 구도도 흔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