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캡처
A(88·서울)씨는 요즘 마음이 가볍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생각하고 신변 정리를 깔끔히 했기 때문이다. 장례 방식도 정하고, 자식들에게 조문객의 범위까지 알려줬다. 자식들의 눈은 휘둥그레 졌지만 내심 장례 부담을 덜었다는 표정을 짓는다. A씨는 남은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미리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왔고, 이를 실천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잘 먹고 잘 살아야지.”
2000년 이후 한국사회에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어닥쳤다.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이루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자는 생활방식이다.
쉽게 말해 ‘잘 먹고 잘 살자’는 뜻이다. 국민소득(GDP)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고 이러한 경향이 웰빙 열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8년 종점으로 웰빙 열풍이 사라지고,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사회적 관심이 옮겨갔다.
‘아름다운 죽음’을 위한 웰다잉 10계명이 있다. ▲건강 체크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자성의 시간 갖기 ▲법적효력이 있는 유언장(자서전) 작성 ▲자원봉사 ▲버킷리스트 작성 ▲추억 물품 보관 ▲마음의 빚 청산 ▲고독사 예방 ▲장례계획 세우기 등이다.
이 중 꼭 미리 해둬야 할 것은 사전의료의향서 작성과 장례계획 세우기가 꼽힌다.
사전의료의향서란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향을 작성하는 것이다. 연명의료에 중단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호스피스를 받을 것인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모두 유가족이 섣불리 결정하기 힘든 까다로운 문제다.
장례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화장인지 매장인지, 화장이라면 화장 후 처리는 봉안당 거치인지 수목장인지, 장지는 어느 곳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한다. 또한 조문객 범위, 예를 들어 가까운 지인들만 초청할 것인지, 친인척들만으로 치를 것인지 등을 정할 수도 있다.
웰다잉을 위해 미리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면 고인을 떠나보낸 아픔을 견뎌야할 유족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