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대통령은 '핵 동결 입구론'을 재확인하며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내비쳤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메시지가 과연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전망이 엇갈린다.
큰 틀에서 보면 정부는 북한이 먼저 핵동결을 하면 남북간 대화에 나설 수 있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핵 폐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접근 방식으로 북한을 개방시키겠다는 이야기로 과거 햇볕정책과 유사점이 많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이 순순히 핵을 동결하고 나아가 폐기까지 할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은 현재 우리와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데다, 설령 핵을 가진 채 대화에 응할 경우 우리는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또다른 위협에 시달릴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다"며 이같은 대북 원칙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대외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향 또한 미국을 향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 시찰에서 '괌 포위사격 작전' 보고를 받았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우리 정부의 '핵 동결 대화 입구론'은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생각도 읽힌다.
이미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한 협상은 미국과 해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왔다. 미국을 향해 자신들이 핵 보유국임을 강조하며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동북아 안보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여기서 북한은 남측은 배제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 측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 형국이다. 북한은 핵 문제는 미국과 대화해야 하는 것이란 명제를 분명히 하면서 '북한 대 미국'으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첫단추부터 어딘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또 북한이 태도를 바꿔 우리와 핵동결을 전제로 대화에 나선다 해도 문제는 많다.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남북이 대화를 진행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맞교환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 북한은 더이상 예전처럼 쌀과 비료로 협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이러한 북한이 핵을 동결한 상태로 우리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경우 힘의 불균형에 따른 부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정부의 군사·적십자회담 공개 제의를 묵살하고 있는 것 또한 전략적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자칫 대화가 시작될 경우 우리는 핵을 보유한 북한에 끌려다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쉬운 일부터 시작할 것을 다시 한번 북한에 제안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협력 재개 등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민간 차원의 인도·문화적 교류 재개를 위한 남북 간 민간 접촉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계기로 남북 간 연락채널마저 모두 단절되면서 대북 지렛대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수십년간 우리는 북한 움직임을 지켜봐 왔고, 김일성에서 시작된 3부자 정권의 양태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지금의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이같은 북한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여가는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대북 시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