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이번 대선에서 3, 4위에 처졌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간 연대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 당의 연대설이 나오는 데에는 대선 패배 이후 당 안팎의 위기 상황에 대한 탈출구를 연대에서 찾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 당의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대선 기간에도 단일화 이야기가 계속 거론됐고 안 전 대표는 대선 막판에 집권 시 유 의원 및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의 연대를 강조한 바도 있다.
두 당의 공통점도 적지 않다. 의석 수에서도 각각 40석과 20석으로 원내교섭단체 중에서도 3, 4위 정당이다. 독자적으로 입법을 하는 등의 제목소리를 내기에는 무리다.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려해도 의석 수를 감안하면 혼자서는 힘들다.
또 진보적인 민주당과 보수적인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두 당은 이념적으로도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로 평가 받는다. 이념적 노선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원내 3, 4당이 손을 잡으면 거대 여야 정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대로의 정치적 역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현실적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두 당의 연대를 점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양당은 연대 가능성을 넘어 통합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된다.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동철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정치적 상황 전개에 따라 실현 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도 최근 논평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새 원내대표에 대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대할 만하다"라며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 숫자가 20명에 그치는 바른정당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모색해야 될 필요성은 있다"고 전제한 뒤 "국민의당도 안철수 전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을 선언한 만큼 합당을 통해 5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 국회에서의 존재감이 상승할 것"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두 당이 정말 손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개가 아니다.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러브콜이지만 실제로는 흡수 합당을 민주당이 원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세가 커져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민의당의 앞날을 장담키 어렵다. 더구나 바른정당은 자유한국과의 합당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모두 여야 1, 2당의 손길을 뿌리치고 서로 손잡을 경우 자칫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래도 호남은 진보성향 주민이 많은데 보수성향의 바른정당과 손잡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공산이 있고, 바른정당 지지층 역시 진보성향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당내의 연대나 통합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18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호남 민심을 다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에서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통합론은)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적 정체성 강화와 개혁과제 완수"라며 당 내부적인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바른정당도 공식적으로는 '자강론'을 선택했다. 바른정당은 16일 결의문을 내고 "국회의원 20인과 당협위원장 전원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없이 국민들만 바라보며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개혁보수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 선언했다. 일단 내부 단속이 우선이란 이야기다.
이에 대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두 정당 간 통합이나 연대는 아무런 공감도, 명분도 없는 일"이라며 "각 당의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적인 변수가 생기면 혼란이 커진다. 단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을 하자는 것은 양 쪽의 빈곤함과 초조함의 발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합당'보다는 느슨한 정도의 '정책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두 당은 기존 양당의 기득권 정치를 극복하고 정치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의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라며 "이러한 공통과제 실현을 위해 두 당은 사안에 따라 정책적 연대나 공조가 가능하고 (또)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도 "합당은 아닐지라도 연대를 통해 어느정도 포지션을 잡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정당 간에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그룹과 의원들과는 어느정도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두 당의 연대 문제가 단순하게 풀릴 사안은 아니라는 것을 내부에서부터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