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안희정 충남지사가 21일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선한 의지로 정치를 하려 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로써 안 지사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과의 논란도 일단락됐다.
안 지사는 이날 "제 '예'가 적절치 못한 점에 대해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분이 많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아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만이다.
안 지사의 사과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거센 비판과 야권 지지층의 동요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20일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안 지사가 선의로 한 말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선거 캠프를 방문해 "오늘 문재인 대표가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제가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뒤,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될 지도자일 때는 그 분노라는 감정이 너무너무 조심스럽다.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바람이 난다"고 맞섰다.
안 지사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도 '어제 말씀하신 것에서 특별히 바뀐 것은 없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입장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21일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나"라고 재반박했고 결국 안 지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안 지사의 발언이 나온 후 이틀간 문 전 대표측 인사들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의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21일 cpbc 라디오에 출연, "일종의 반어법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설립이 결코 선한 의지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친문 성향의 문미옥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저들에게는 선의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지난 가을에 시작해서 봄이 오려는 지금껏 촛불을 드는 이유"라며 "촛불은 한번도 농담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문 전 대표측 이춘석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를 남기고 있는 것 같다.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진성준 전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의 문제는 선의냐 악의냐가 아니다"라며 "그의 안중에는 헌법도 법률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의식'이 문제이고, 자신만은 법치주의의 예외라는 이중 잣대가 문제"라고 공격했다.
여기에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권의 비판이 더해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일 "정치인에게는 의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결과"라며 "결과를 제대로 만들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다. 그 결과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더구나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 비전을 가진 지도자냐, 국민의 뜻에 따라서 미래 비전을 갖고 나가느냐, 이런 걸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그런 훈련과 자질이 부족했다는 게 지금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안 지사가) 조금 억지로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역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인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안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러한 비판이 지속되자 문 전 대표측에서는 안 지사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과 멀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안 지사의 거센 추격에 긴장감이 흐르던 캠프 분위기도 다소 여유가 감지됐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안 지사와 '가치관'을 두고 토론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온 안 지사와의 첫 기세 싸움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 지사가 고개를 숙인 것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이 사안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주말께 실시될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