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지지율이 오름세에 있고 여권 내 마땅한 차기 주자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그를 후보로 옹립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의 출마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그의 출마를 애타게 바라는 쪽은 친박 진영에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자진 하차로 '선수교체'가 불가피해졌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보수층의 집결을 노려볼 수 있을 만한 황 대행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보수진영 내에서도 황 대행의 출마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린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황 대행이 대선에 나가는 것이 더욱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그의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새누리당의 정진석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며 직격한 바 있다.
같은 당 정유섭 의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행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국민 앞에 내놓을 순 없다"고도 했다. 황 대행의 출마 반대를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같은 보수진영의 바른정당이 황 대행의 출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가장 크다. 범여권 후보를 놓고 경쟁하는 입장에 놓여있는 측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데 여기에 황 대행 마저 나설 경우 보수표를 나눠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달가울 리 없다.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이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황 대행이 무슨 자격으로, 어떤 명분으로 대선에 나설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황 대행의 출마는 있을 수 없다는 반대 여론과 궤를 같이 한다.
야권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황 대행의 출마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황 대행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자로 규명하고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새누리당은 깨알 만큼의 양심이 있다면 대선 후보를 내선 안된다"면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어떻게) 정권을 잡겠다고 나서는지 국민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황 대행도 자중자애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에서 "황 대행이 국정농단에 대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공범"이라며 "그럼에도 출마하고 싶다면 하루빨리 대행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통령 코스프레를 다 하고 출마를 선언하면 국정보다 대선에 집중했다는 비난으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황 대행 본인은 대선 출마여부엔 '소이부답(笑而不答)' 할 뿐 확답을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민의당 교섭단체 연설 차 국회에 왔다가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길이 막혀 있다"며 웃음으로 넘겼다.
이 같은 황 대행의 답변은 국무총리인 공직자 신분으로서 정당인 신분인 여타 대선 후보들과는 달리 공직을 사퇴해야만 출마가 가능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최근 같은 질문에 "문 조심하시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지지율의 상승세가 계속되는 한 황 대행의 대선행보를 둘러싼 전략적 모호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함에 따라 황 대행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보수 진영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상태다. 이날 각종 언론에서 발표된 지지율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성인 남녀 1,05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 응답률 13.6%)를 조사한 결과 황 대행은 16.0%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2.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3~4일 리서치플러스에 공동 의뢰해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전국 성인 101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5%)에서는 12.5%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30.2%), 안희정 충남지사(14.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3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2.4%)에서도 황 대행은 10.0%를 기록, 안 지사(12.9%)와 오차범위 내에서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지지율이 계속되는 한 황 대행의 고민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황 대행이 막판까지 고심하다가 적절한 시점에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출마의 명분을 찾지 못한다면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라는 분석도 팽팽히 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