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설 명절을 앞두고 나란히 1박2일과 2박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 민심잡기에 나섰다. 야권의 대표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남 민심을 잡아야 하는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문 전 대표의 경우 당초 호남에서의 '반문재인' 정서로 인해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 전 대표 측에서 이곳에 공을 들이면서 지지율이 오르는 등 반등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1박2일의 호남 일정동안 문 전 대표가 방문하는 곳은 적지 않은 군중이 운집했다. 특히 22일 문 전 대표의 토크쇼가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에는 5,000석의 좌석이 꽉찼다. 좌석에 앉지 못해 서서 관람한 인원과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을 포함하면 1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됐다.
문 전 대표는 부인 김정숙씨가 매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고, 바닥 조직을 중심으로 호남 사람들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거부 정서가 많이 완화됐다고 보는 분위기다.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완전히 반문정서가 걷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따뜻해졌다"고 분석했다.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는 한 중진의원 역시 "호남지역의 오피니언 리더가 돌아서고 있다. 행사에 온 1만명 중 상당수가 중장년층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며 "이제는 호남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문재인이냐 아니냐'가 주제다. 다른 주자들은 언급도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흐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일~12일에 진행된 '1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39%의 지지율로 13%를 기록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12%를 기록한 안 전 대표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www.nesdc.go.kr)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호남이 완벽하게 문 전 대표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닥에는 여전히 참여정부 시절 문 전 대표가 호남 인사를 홀대했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가 됐을 때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도 따라 붙는다.
호남지역 여론에 정통한 한 인사는 "문 전 대표가 호남 홀대를 반박하고 있지만 실제 호남에서는 서기관급 이상에서 호남 사람의 씨가 말랐다는 반응이 많다"며 "문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호남 홀대에 나선 것까지는 아니어도 방관을 했다는 정서는 여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통화에서 "5급이상으로 따져도 통계를 보면 참여정부에서 호남 인사 홀대나 차별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인사 홀대의 근거를 제시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측은 이번 1박2일 방문에서 전남 나주의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서남해안에 대규모 해상 풍력단지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혁신도시 시즌2'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전 대표는 향후 전·남북의 중소도시를 돌면서 바닥민심을 더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문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안 전 대표의 경우 상황이 밝지 않은 편이다. 호남지역 지지율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호남 민심 이반이 더욱 커질 경우 대선후보로서의 존립마저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고민이다.
이에 안 전 대표는 2박3일간 호남을 훑으며, 문 전 대표보다 3배 이상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안 전 대표는 광주 공식 일정 소화 후 서울로 귀경, 호남 중진 의원들과 '폭탄주 회동'을 한 후 다시 광주로 복귀할 정도로 광폭행보를 벌였다.
안 전 대표 부인인 김미경씨 역시 1월에만 호남을 4차례 방문했다. 김씨는 지난 8일에는 매년 참가하는 여수 마라톤 대회에서 10㎞를 완주하기도 했다.
다만 안 전 대표에게도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호남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다. 그런만큼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자강론'이 힘을 받을 경우 정권교체 대안 세력으로서 다시금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안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과의 연대 문제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이 지켜보는 것도 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