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이호근 기자】=1일(한국시간) 액션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국내서도 큰 인기를 얻은 할리우드 스타 폴 워커(40)가 사망했다.
친구의 포르쉐 스포츠카를 타고 가던 워커는 이날 오전 5시 30분께 미국 LA 산타클라리타 인근 도로의 가로수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워커와 친구는 현장에서 숨졌고, 차량은 전소됐다. 더욱이 워커는 산타클라리타의 한 공원에서 열리는 ‘태풍 하이옌 피해 필리핀인 돕기 자선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호사가들의 “아론 램지의 저주가 다시 시작됐다”는 입방아를 타며 엉뚱하게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아스날의 스타 플레이어 아론 램지(23)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아론 램지의 저주’는 램지가 경기에서 대활약한 당일이나 며칠 안에 유명인의 사망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생겨난 괴담이다.
아론 램지는 지난 2011년 5월 1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10~2011 시즌EPL 3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고, 이날 맨유에서는 ‘아스날 킬러’로 불리던 박지성(32‧PSV 아인트호벤)이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끝내 조용했다. 바로 다음날인 1일,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1957~2011년)이 미군 특공대에 의해 사살됐다는 버락 오바마(52)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기점으로 저주가 시작됐다.
그해 10월 3일 자정부터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1~2012시즌 EPL 7라운드 토트넘과의 원정 경기에서 램지는 후반 5분에 동점골을 넣었고, 다음날인 6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었다.
2011년 10월 20일 새벽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프랑스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와의 2011~201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램지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1-0으로 팀에 승리를 안긴 후 몇 시간 뒤 시민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된 후 무장투쟁을 벌이던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가 시민군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12일 새벽, 램지가 영국 선더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선더랜드와의 원정에서 0-1로 지고 있던 후반 30분 동점골의 주인공이 된 바로 그날 오전 10시에는 미국의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이번에도 워커의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5시간 여 전인 1일 오전 0시,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카디치시티와 열린 2013~2014 EPL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전방 29불 선제골과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 등 램지의 ‘멀티콜’로 팀은 3-0 대승을 거뒀다.
웨일스가 고향인 램지는 디프시티 유소년 축구팀에서 기량을 쌓고 지난 2007~2008시즌에는 카디프시티에서 중원을 책임졌으며, 특히 이 시즌에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 소속인 카디프시티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컵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웨일스의 신성’으로 불렸다. 이때의 활약으로 아스날과 맨유의 치열한 구애를 받은 램지는 2008년 6월 이적료 500만 파운드(86억 원)에 아르센 벵거(64) 아스날 감독에게로 향했다.
이처럼 남다른 인연을 가진 램지와 카디프시티였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해 램지는 올 시즌 홈에서 맨시티(3-2 역전승), 맨유(2-2 무승부) 등을 물리치면서 ‘강팀에 특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친정팀을 가차 없이 짓밟아 선발 출전해 74분 동안 활발히 뛰며 반전을 노렸던 카디프시티의 김보경(24)은 램지의 발끝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저주’의 시작이던 맨유전이다.
램지는 2010년 2월 28일 잉글랜드 스토크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스토크시티 수비수 라이언 쇼크로스(26)의 거친 태클로 다리 복합 골절상을 당해 9개월이 넘게 재활 치료를 받고 그해 11월 간신히 팀 훈련에 복귀했지만 바로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고 챔피언십의 노칭엄 포르스트와 카디프시티 등으로 2개월씩 임대돼 경기 감각을 회복한 후 2011년 3월에야 아스널로 복귀했다. 그러고도 두 달이 지나 맨유전 바로 전날 주전 멤버이던 세스크 파브레가스(26)가 부상을 당하며 대체 선수로 투입돼 14개월 만에 골을 넣으며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공교롭게도 램지 자신이 끔찍한 부상의 저주에서 벗어난 날에 저주가 시작된 셈이다.
어쩌면 ‘아론 램지의 저주’는 램지가 기대만큼 득점표를 가동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팬들이 가진 불만과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스날의 주장이었다가 2012~2013시즌 맨유로 이적해 이제는 적으로 만난 로빈 판 페르시(30)가 2011~2012시즌(30골)‧2012~2013 시즌(26골) 연속 EPL 득점왕에 오르는 동안에도 수많은 유명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너무 많은 골을 넣은 탓인지 ‘판 페르시’의 저주는 생겨나지 않았다.
올 시즌 램지는 ‘슈퍼램지’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맹활약하면서 아스날의 EPL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카디프시티전에 앞선 리그에서만 이미 13경기 6골 4도움을 거뒀지만 그 사이 죽은 세계적인 유명인은 아무도 없었다. 워커의 죽음으로 또다시 불거진 저주 논란을 램지가 얼마나 많은 골로 이어갈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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