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화장장 필요성 커
찬성측 창원시설공단 "반려동물 화장장 설치하겠다"
반대측 "사람 장묘시설도 모자라…우리지역엔 안돼"
해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지난해 시장규모가 1조 800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0년에는 그 3배인 5조8100억원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동물의 사체 처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급격한 도시화로 사망한 반려동물을 매장할 공간은 줄어들었지만 반려동물의 숫자는 크게 늘고 있어 반려동물 사체 처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질 위험을 갖고 있다.
이렇게 문제가 점차 확산되자 지자체 중에서는 최초로 창원시설공단이 반려동물 장묘시설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공단은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장묘시설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반대 목소리도 크다. 사람을 위한 장의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판에 동물 장묘시설까지 설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찬성 "불법투기·환경오염 막기 위해 반려동물 화장장 도입해야"
창원시설공단측은 죽은 반려동물의 불법 매립과 투기 등 무분별한 사체 처리로 병원균 등 각종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장묘시설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죽을 경우 폐기물 소각법에 따라 소각 처리되고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동물 사체가 발생할 경우 일반폐기물 처리법에 따라 생활 쓰레기 봉투에 담아 폐기하고 있다. 일례로 광주와 전남 지역의 경우 반려동물 수가 5만 마리에 달하지만 동물 장묘시설은 단 한 곳도 없어 일부 시민들은 죽음 동물을 불법 투기하고 있다.
동물 장례비용도 만만치 않아 불법 투기와 매장을 부추긴다. 일반적으로 동물 장례비용은 평균 30~100만원이 든다. 이에 부담을 느낀 일부 시민들이 불법으로 죽은 동물을 투기하고 있어 환경 오염 우려도 있다. 공식 통계를 보면 해마다 13만 마리가 넘는 반려견이 사망하고 다른 동물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의 장례 수요가 늘면서 화장을 대행하는 무허가 업체가 난립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받은 동물장묘업체는 전국 14개에 불과하다. 수도권 13개, 부산권 1개로 모두 민간시설이다. 이 장묘시설을 이용하려해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공공기관이 나설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공단이 시설을 운영할 경우 아무래도 민간시설보다 저렴한 사용료를 책정할 것이다. 공단은 창원시에 등록된 반려동물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추가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반려동물 장묘시설 입지후보로는 화장로 노후로 지난해 1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진해화장장을 검토중이다. 화장로 2기를 설치하고 부대시설을 리모델링 하면 10억원 이내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창원시설공단 관계자는 "선진국 경우처럼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공공처리시스템을 구축해 환경과 위생문제 해결은 물론 동물의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대 "동물을 위한 장묘시설은 시기상조"…지역 이기주의 목소리도
장묘시설을 반대하는 측은 "사람을 위한 장묘시설도 부족한데 동물 장묘시설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이 와중에 혐오시설인 화장장 설치를 자기 지역에 하지 않으려는 님비(NIMBY) 현상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장묘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화장률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장을 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을 매장하는 묘지를 만들 공간도 부족한 마당에 동물을 위한 화장장을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도 세금까지 동원해 공공기관에서 동물 화장장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응이다.
반대의견에는 지역 이기주의(NIMBY)도 강하게 묻어난다. 주민들이 혐오시설인 동물 화장장을 자신이 사는 지역에는 절대로 설치할 수 없다며 버티는 것이다. 2015년 충남 금산의 한 납골당 추모공원 내에 반려동물 화장장을 도입하려 했을 때도 주민들의 반대논리는 비슷했다. 당시 반려동물 화장장을 반대하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람 납골당에 동물 화장장이 웬 말이냐"면서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청정 이미지 훼손으로 지역 농산물 판매에 악영향을 초래해 우리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뻔하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람과 동물 봉안당이 함께 있는 것은 유교적 장례문화와 우리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해당 납골당에 부모님을 모신 한 유족은 "동물과 부모님 유골이 한 곳에 안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화장장 설치는 시대적 흐름…국가가 갈등 조절해야"
찬성과 반대측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점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려동물 수로 봤을 때 화장장 설치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동물 사체 불법 유기나 그에 따른 환경오염 및 위생 불량을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화장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민간보다는 국가나 공공단체가 먼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성급한 화장장 도입은 지역민들의 갈등을 유발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차분하게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화장시설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만큼 국가가 나서서 주민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절차에 따라 도입한다면 반려동물 화장장은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