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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고 아이들의 꿈 찾기 수업
김 교장은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원대한 꿈,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비전을 심어줬다. 학생들이 막연히 대학 진학을 목표로 두기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꿈을 갖고 실현에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원미고등학교는 이러한 비전을 계속 주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재능을 찾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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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김용기 원미고 교장ⓒstv |
이 학교는 정규 교과 시간을 이용해 1학년은 기타, 2학년은 연극 수업이 이뤄진다. 음악 시간이나 방과 후 수업이 아닌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정규 교과 시간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자율학습으로 활용될 시간일 테지만 이곳에서는 전문 강사를 채용하고, 기타까지 마련해 정규수업에 편성되어 제대로 수업이 진행된다. 연말에는 작은 기타발표회도 열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박혜림 부위원장은 “기타나 연극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학업에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특기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수업하다가 재능을 발견한 관심 있는 아이들은 진로로 정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굉장히 만족하며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감수성 향상을 위한 김 교장의 노력은 계속된다.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은 아침 시간을 이용해 ‘시 외우기’를 한다. 김 교장은 “한 달에 두 편 정도 시를 외우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감성도 길러주고 어휘력도 늘릴 수 있다. 고등학교 때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기타도 치고, 연극도 하고, 시도 외우고 기억에 남는 학창시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모든 아이가 그걸 완벽히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라도 자기 몫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계발에 힘쓰는 김 교장은 층마다 복도 끝에 피아노를 놨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 교장은 “언뜻 극성맞은 아이들에 의해 피아노가 망가질 것 같고, 시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기우다”라며 이는 어른들의 편견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접한다. 김명숙 총무는 “대부분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치다가 중학교 때부터는 피아노 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층마다 있는 피아노 덕에 아이들이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됐다.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피아노가 이제 특기가 되었다”고 흐뭇해했다.
장애우 학생들, 최고의 바리스타를 꿈꾸다.
장애우와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교육도 눈에 띈다. 원미고등학교에는 14명의 장애우가 특수학급(모란반)을 이루고 있다. 김 교장은 모란반 아이들에게도 특성화 교육을 한다. 특수학급 아이들은 바리스타, 제과제빵, 원예치료 등 다양한 수업을 받는다. 특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한 바리스타 수업에는 많은 비용이 투자됐다. 김 교장은 “모란반 아이들이 직업현장에 나아가고 대인관계를 하는 관계지능을 높이는데 이런 것들이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지도 능력을 갖춘 선생님을 채용하고, 커피머신 등 고가의 장비도 마련해 수업 여건을 갖춰 놨다. 이렇게 갖춰진 교육환경은 모란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바리스타의 꿈을 가진 학생들의 특기를 신장해주기도 한다. 일반 학급의 아이들 중 희망자는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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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들의 특화교육 일환으로 시설이 마련된 교실에서 장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한 장애우 학생이 교육에 임하고 있다ⓒstv |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교장 선생님
이처럼 아이들의 특기개발과 진로교육에는 누구보다 열심인 김 교장은 ‘희망캠프’, ‘나만의 북극성을 찾아라’, ‘해양경찰서 체험학습’ 등 다양한 특강과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 교장은 지난 4월, 부적응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을 이끌고 원미산에 등반하는 ‘희망캠프’를 개최했다. 제도의 틀 속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무조건 다그치고 화만 내기보다 학부모와 학생, 선생님이 같이 등반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대화를 통해 부모님이 살아온 모습도 발견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나갔다. 이렇게 부모님과 선생님, 동료학생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부정적인 요인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다. 김 교장은 ‘희망캠프’ 등 여러 행사에 직접 참가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수시로 임원들을 불러 직접 귀로 들으며 분위기를 살피고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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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 김용기 교장ⓒ시사한국 |
진학을 위한 교육에도 충실, 학부모도 아이도 ‘가고 싶은 학교’
원미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다. 바꿔 말하면 대학진학이 최대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진로 탐색에 열을 올려봐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시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고 불만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학교는 학부모들조차 호의적이다. 김 교장은 “사실 학부모들이 내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은 없다. 그런 구체적인 꿈을 심어주려면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요즘은 이런 사회적인 활동이 전부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돼서 대학 갈 때도 더욱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책으로 하는 공부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학교에서 하는 이런 경험이나 활동은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넓은 의미의 교육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리더쉽으로 인정되어 입학사정관제에서 우수한 인재로 선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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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교실에서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이뤄지는 영어수업ⓒ시사한국 |
사실 김 교장이 인성교육이나 진로교육에만 힘쓰는 것이 아니다. 원미고등학교는 ‘성취평가제 시범학교’, ‘교육과정 클러스터’ 등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성취평가제는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 정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이 학교에서는 김 교장이 오기 전부터 시범학교로 선정되어 다른 학교보다 3년 앞서 실시했다. 원미고등학교는 시험 볼 때마다 교과별 교사들의 협의와 토의를 거쳐 한 문항, 한 문항 문제를 출제하고, 과거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수우미양가의 기준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들은 더 많이 연구하게 되고, 아이들은 좀 더 양질의 문제를 접할 수 있다. 또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해 인근의 세 개 학교와 연합하여 일반 학교에는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정규교육 과목으로 편성해 희망 학생들을 교육한다.
여느 학교에나 있는 입시설명회에도 변화를 꾀했다. “학생이 혼자 알면 부모가 모르고, 부모만 알면 학생의 눈높이가 달라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김 교장은 그래서 학년별로 학생과 부모가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좀 더 구체적으로 앞길을 개척하는데 도움을 주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입시전문가를 초대해 브리핑하고, 실제적인 것을 가르쳐줌으로써 1학년 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각자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는 별도로 학부모 특강을 마련해 학부모들의 자녀 뒷바라지법이나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법, 자녀 코칭의 중요성 인식 등 다양한 학부모 교육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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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고 도서관은 고교 도서관이 아닌 대학 도서관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도서를 자랑한다ⓒ시사한국 |
“모든 교사는 최고의 자원, 최고의 인재들과 도약의 발판 마련할 것”
김 교장은 “우리 학교는 개교 17년 차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는 아니지만, 안정화되어 가는 단계다. 지금은 앞으로 더욱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이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욱 명문 고등학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퇴임 전까지 남은 기간 학생들 실력향상은 물론 인성교육, 진로 탐색 교육에도 꾸준히 힘쓰겠다는 다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김 교장은 지금까지의 변화 외에도 실질적으로 국제 교류를 할 기회를 마련할 계획으로 중국의 학교 몇 곳과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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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수업을 위해 마련된 교실ⓒ시사한국 |
원미고등학교에 생긴 변화는 다른 학교에서라면 쉽지 않을 일이다. 교장의 열정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어쩌면 교장의 열정보다는 역량의 문제다. 김 교장은 33년 정도 교직 생활을 했다. 교육청, 연수원 등을 거치며 교육 행정직에도 10년을 있었다. 교육청에서 교육감으로 활동하다 작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렇게 행정과 현장을 두루 경험하며 학교 현장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접했다. 그리고 행정실무의 경험을 살려 교육청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김 교장은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며 똑같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하며 “모든 기획은 선생님들이 하는 것이고 나는 단지 방향만 제시했을 뿐”이라고 모든 공을 선생님들에게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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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학부모운영위원회 임원들과 김용기ⓒ시사한국 |
‘교장 선생님=무서움’ 틀 깨고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좋아하는 교장 선생님’
김 교장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할까를 많이 고민하는 교장 선생님”이라는 것이 학부모와 선생님,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이 어려운 기색도 없이 열려있는 교장실 문틈으로 얼굴을 비쭉 내밀고 밝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그런데도 김 교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마 조회시간을 없애줬기 때문일 것”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김 교장은 “전체 훈화는 큰 의미가 없고 힘들기만 하다”며 전체 아이들을 모아놓고 하는 운동장 조회를 없앴다. 대신 동아리나 학생 간부 등 소그룹별로 모여 있을 때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이야기한다. 임명장을 줄 때도 담임선생님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장실로 불러 일일이 임명장을 주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없어진 케케묵은 관행 덕에 그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은 시를 외우게 됐다.
연구부장은 “춥거나 더운 날에 밖에 나가야 하는 것은 교사로서도 싫은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느냐”며 김 교장이 운동장 조회를 없애고, 화장실을 개보수하는 등 교육 환경 개선에 힘쓰는 것을 아이들도 반긴다고 알려왔다. 또 “교육과정이 점점 세분화되고 바뀌면서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 추세인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많이 주지만 교사들이 연수하고 연구할 기회도 많이 마련해줘 교사들의 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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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고 학부모운영위원회 임원들과 김용기 교장ⓒ시사한국 |
학부모회의 윤금주 부회장(교복 공동구매위원장)은 “교장 선생님은 많은 경험과 큰 포부를 가지고 이 학교에 오셨다. 복도 청소 등 아이들 일을 많이 줄여주고, 교과 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김명숙 총무 역시 “교장 선생님이 굉장히 깨어있는 분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많이 맞추려 하셔서 우리가 다닐 때 가졌던 교장 선생님의 무서운 이미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교장 선생님”이라 거들었다. 이어 박혜림 학부모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교장 선생님이 의욕적으로 잘 끌어주셔서 학부모들은 뒤에서 묵묵히 믿고 지지해주는 것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 교장 선생님만 잘 믿고 따르면 신흥 명문고로의 도약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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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고등학교 2013학년도 학부모회 연수ⓒ시사한국 |
윤금주 학부모회 부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하는 것이 학부모회의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학교 일에 적극 협조하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열심히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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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꽃이 심어져 있는 화단. 원미고의 교화인 모란도 보인다ⓒ시사한국 |
학교 현장의 이런 엄청난 변화는 한 사람의 열정에서 시작됐다. 물론 열정 있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든 교육 현장이 이렇게 바뀔 수는 없다. 교장의 많은 경험과 열정에 더해 교사들의 참여와 학부모들의 이해와 지지, 학생들까지 모두 도와 이뤄낸 결과다. 그렇다 해도 의미 있는 발견이다. 한 사람의 노력이 이처럼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에 의한, 학생의 학교를 만들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 사람의 열정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이제 한 사람이 품은 열정으로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원미고등학교를 교훈 삼아 잠들어있는 열정을 깨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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