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 노태규 선생의 노변야화]
만두와 제갈공명과 관운장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국제적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부산을 떠올리면 부산역 건너편에 위치한 화교거리가 생각나고 유명한 만두집과 맛있는 만두가 그리워진다는 사람들도 많다.
붉은 수실이 드리워 진 만두집 정문을 들어서면 저 유명한 삼국지연의의 관운장이 위엄 있게 손님을 맞아주는 낭만의 거리이기도 한 곳이다.
오는 10월 2일 개막되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관광차 부산을 들리는 전국의 영화 마니아들께 권한다.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남포동의 PIFF광장과 해운대와 자갈치만 찾을게 아니라 초량동 화교거리도 찾아 기가 차는 만두 맛을 보시기를.
차제에 만두의 유래와 만두집에 걸려 있는 관운장 그림의 사연을 적어본다. 50~60년대만 해도 TV도 없었고 읽어 볼 소일거리 책도 별로 없어서 인지 중국의 나관중씨가 쓴 소설‘삼국지연의’가 가장 인기 있는 읽을거리였다. 삼국지연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인공은 제갈공명선생과 관운장.
만두를 제갈공명이 처음 만들었다는 설은 삼국지연의에서 유래한다. 금년 들어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중국의 사천성은 본래 땅이 비옥하고 인재가 많이 나는 지역.
삼국지연의의 주인공 유비는 이곳에 웅거하여 촉나라를 세우고 충성스런 천하의 경륜가 제갈량을 정승으로 모셔 나라의 기틀을 다진다. 그런데 촉나라의 동남쪽에 위치한 남만국(현재의 비에트남지역)이 배후에서 국경을 위협하고 있어 조조를 치려 중원으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제갈량은 남만을 먼저 정복하기로 하고 원정길에 나선다. 유명한 칠종칠금(七縱七擒) 이야기의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이기에 간략히 소개하면 제갈공명은 남만의 왕 맹획과 7전을 벌여 7전 전승을 하고 7번 맹획을 사로잡으면서 완전한 항복을 할 때까지 6번을 조건 없이 석방해 주었다는 얘기이다.
7번이나 전면전을 치루고 패했으니 남만의 장정네들의 씨가 말랐으리라.
제갈량이 현재 메콩강 상류 노수를 건너려 할 때 노수의 신이 노하여 물을 넘치게 하고 도강을 막았다. 너무 많은 시체가 노수에 잠기고 피가 넘쳐나 강의 신령이 노한 것이다. 역술가가 말하기를 마흔 아홉 사람의 목과 검은 소, 흰 양의 고기를 바쳐 제사를 지내야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에서야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생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는 게 제갈량의 고민. 공명 선생은 사람머리 대신 밀가루를 반죽하여 사람머리처럼 만들고 그 속에 소고기와 양고기를 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신께 바치고 제사를 지냈더니 노수의 신이 화를 풀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만두를 한자로 만두 만(饅)자를 쓰면서도 오랑캐 만(蠻)자와 머리 두(頭)자가 합쳐서 만들어진 식품이라는 설이다. 또 오랑캐 만자를 파자(破字)하면 벌레 虫을 말씀 言을 통하여 , 실 絲 변으로 꽁꽁 묶어서 제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두집에 걸려 있는 관운장 그림(시골 중국집에도 많이 걸려 있다) 얘기를 해보자. 그림 명칭은 한수정후성상(漢壽亭侯聖像)
중국역사에서 역대 왕조의 제왕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문무이성(文武二聖)이 있다. 인물이 王보다 더 귀하면 帝가되고 帝위에 聖이 되고 그 위에 天이라고 중국인들은 생각했다. 역사 이래 天이 된 인물은 없었고, 文武二聖이 있었으니 文에는 孔子요, 武에는 관운장이니 그 공경함이 어떠했겠는가.
소설‘삼국지연의’의 주인공 중 주요인물은 도원결의를 통하여 형제가 되는 유비.관우.장비이다. 그래서 중국 식당이나 만두집에 걸려 있는 이 그림의 주인공도 모두 유비. 관우. 장비라고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다. <저 주인공이 누구일가> 내기를 걸어 중국요리를 빼앗아 먹을 절호의 정보를 제공한다. 그림의 주인공은 앉아있는 이가 관우이고 왼쪽의 청룡언월도를 들고 서 있는 이는 장비가 아니라 관우의 창잡이 부장 주창이란 이름의 장수이며, 오른쪽의 미남자는 관우의 양자 관평이다.
혹여 어린 자녀와 중국식당에 들려 <아빠 저 그림 주인공이 누구죠>라고 질문을 받으면 좀 유식하게 설명을 해 주시길 바란다.
한국역리학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