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지역팀】= 인천항만공사(IPA)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유창근(61) 현대상선 부회장을 둘러싼 '청와대 낙하산설'이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IPA에 따르면 27일 신임 유창근 항만공사 사장 내정자의 취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춘선 전 사장 등 IPA 임원진은 지난 24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출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소식을 갑작스레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IPA는 같은 날 인천에서 부랴부랴 김 전 사장의 이임식을 치뤘지만 지난 3년간 노고를 치하하는 보도자료조차 내지 못했다.
당초 IPA는 이르면 이달 말께 신임 사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지난 7일 신임 사장 공모를 낸 IPA는 20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사장 후보자 3명을 추천했다.
기재부는 지난 2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IPA가 추천한 후보 3명을 다시 추려 해수부로 최종 추천 후보 명단을 넘겼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2명을 추천해 해수부 장관이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지만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유창근 내정자를 단수 추천했다.
더욱이 장관 심사가 보통 1~2주 가량 걸리는 데 반해 유 내정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그를 단수 추천한 23일 당일 사장으로 내정됐다.
이는 김 전 사장의 임기가 2개월 지난 시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추천과 선임이 동시에 이뤄졌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충분한 대목이다.
유 내정자의 '청와대 낙하산설'은 당초 IPA 신임 사장 공모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해양수산부 출신 A씨가 면접에 불참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해수부 출신으로 인천해양수산청 청장과 해운조합 이사장을 지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 선거캠프의 중책을 맡아 유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지난 15일 IPA 임원추천위원회가 실시한 사장 면접에 나오지 않았다.
표면적 이유는 해피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실상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 정관계 인사들에 따르면 청와대의 한 유력 인사가 A씨에게 직접 연락해 IPA 사장은 이미 내정자가 있는 만큼 스스로 사장 공모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당시 A씨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해수부조차 A씨에게 사장 공모를 포기토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유력 인사가 지목한 후보는 유 내정자다.
IPA 역대 사장 중 최초로 비(非)해수부 출신인 유 내정자는 30년을 항만업계에 종사해온 전문가로 통하지만 인천과는 이렇다할 연고가 없어 IPA 사장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역 정·재계는 '인천홀대론'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정관계 인사는 "청와대 인사의 전화 한 통으로 지역의 요구가 또다시 묵살됐다. 또 다시 '인천홀대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며 "인천공항공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처럼 IPA도 낙하산 인사가 사장 자리를 꿰찬다면 인천항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인천항은 내항 개방, 신항 활성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IPA 사장에게는 이를 곧바로 해결할 능력이 요구된다"며 "업무 파악에만 1년 이상 걸릴 낙하산 사장은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의 한 항만업계 관계자도 "유 시장과 지역 정치권이 청와대와의 파워게임에서 연이어 패배한 것"이라며 "물동량이 줄어가는 인천항을 살리려면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가 사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PA 사장은 지역 주민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누군가를 챙겨주기 위한 자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