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살아남은 내 얘기들을/그냥 죄다 쏟아내고 싶어..
누구에게냐고/나에게. 내가 살았던 이 세상 모두에게”
우리 사회도 최근 독거노인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급격한 노령화에 의한 경제적 빈곤, 가정의 붕괴, 이로 인한 개인들의 정신적 황폐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나 고령자들의 치매는 가정의 해체와 황폐화의 극단적 주범이기에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산울림 창단 멤버인 임영웅이 연출한 ‘손숙의 연기 50주년 특별 기념무대’가 오는 4월 12일부터 5월 12일까지 산울림 극장에서 공연된다.
주인공인 나는 80세의 치매환자이다. 100세 시대를 열망하는 이 시대에 치매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이다. 치매환자는 가족에게마저 거부당하는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보호와 경계, 감시의 대상일 뿐 그들의 인생은 이제 폐기되었다. 주인공인 나는 가족과도 떨어져 요양원의 보호 속에 격리된 채로 지금 나의 80년 인생이 소멸되고 있다. 나는 보호받고 감시 당하고 무시당하는 환자일 뿐이다. 하지만 치매환자에게도 인생은 여전히 자신이 주인공이다. 나는 요양원, 상담자, 간병인 등의 기계적이고 피상적인 보호에 빗장을 걸고 나 자신의 내면 속 깊숙이 간직해 왔던 나만의 뜨겁고 소중한 삶의 기억들을 스스로 끌어올리려고 애쓰고 있다.
▲손숙의 연기 50년 특별공연 ‘나의 황홀한 실종기’ 포스터 ⓒsanwoollim.kr
주인공은 산산이 흩어져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끌어 모아 퍼즐을 꿰맞추듯 나의 인생을 완성한 다음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 힘든 여정을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고? 치매환자임에도 어떻게든 나의 80년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내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므로. 그리고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이 작품은 80세의 채매 환자가 사회에서 격리되고 소멸되어 가는 인생의 마지막을 삶의 주인공으로서 버티어내는 외로운 투쟁을 그리고 있다. 2013년 산울림의 첫 번째 창작무대이자 배우 손숙의 연기 50주년 특별공연이다. 손숙의 절절한 치매 연기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만하다. 손숙의 딸 역으로는 서은경, 의사는 박윤석 그리고 간병인으로는 김지은이 무대에 선다. 작가 오증자는 치매환자라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김재용 기자 sonagi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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