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감동의 소명의식을 엿보다
성스럽고 희생적인 여성,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안락한 삶의 즐거움을 내던진 가냘픈 처녀, 죽어가는 병사의 침상을 자애의 빛으로 신성하게 만드는 광명의 여인. 이 모든 찬사들은 백의의 천사 간호사 나이팅게일에게 덧붙는 수식어이다.
간호사의 역사는 나이팅게일 출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간호사라는 직업은 비천하고도 부도덕한 직업으로 여겨졌었다. 간호사가 되겠다는 말은 마치 식모가 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고 누구나 꺼려하는 천한 직업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을 바꾼 것이 바로 나이팅게일이다. ‘나이팅게일’이 간호사의 사랑과 희생을 통해 무수한 생명을 구해내면서 그 헌신을 인정받아 간호사의 위상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계승하여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간호사들이 숭고한 삶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구제했다. 이제 간호사라는 직업은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며,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기직종으로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까지 종사하는 직업군으로 자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중들에게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저 의사를 돕는 역할, 병원에서 계산해주는 사람, 필요할 때 부르면 와서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유독 한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심각하다. 이런 까닭인지 병원의 구성원 중 아주 핵심적인 부분을 도맡고 있는 간호사들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너무나 살인적인 스케줄과 야박한 처우들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 시대가 달라지고 역할이 달라졌으나 우리 간호사들의 입지는 그대로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부분들과 더불어 우리 간호사들이 향후 짚고 넘어가야 할 산맥들을 검토하며,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간호사의 생을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영혼을 위로하는 나이팅게일 메시지’라는 점은 그런 까닭에서, 의미가 깊다.
저자는 간호사로 평생을 살아왔다. 살인적인 스케줄과 숨 막히게 바쁜 대학병원의 간호사로, 미국 간호사 시험에도 합격한 A-class에 속하는 의료전문가로,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한 방문 간호사로 언제나 아픈 이들의 곁에서 도움의 손길이 되어주고 있다.
고통 받는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고 싶다는 ‘꿈’을 위해 일찍이 편안함을 보장하는 은행원의 길을 접고 간호대학에 진학하여 간호사의 꿈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온, 정열적이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줄 아는 당당한 여성의 삶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한 인간의 삶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 지 두 눈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제 눈물과 땀으로 빚어진 병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건강의 회복을 생각하는 간호사들의 열정과 숭고함을, 그 속에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써의 애환을 만나보자.
저자 김여옥 : 고등학교 졸업 후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자원봉사활동을 계기로 알게 된 ‘간호학’에 매력을 느껴 간호 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정식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네 명의 아들을 키우면서 서울시 북부 교육청의 ‘학생상담 자원봉사’에 참여해 많은 아이들의 집단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미국간호사 자격증(N-CLEX)을 취득, 캘리포니아에서 미국 간호사의 길을 걷고자 했으나 무산된다. 귀국 후 현재 서울 노원구 보건소에서 아프고 가난하고 외로운 어르신들을 돌보는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쓴 책이 거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책 출간을 결심하게 되었으며, 지난 3년 동안 틈틈이 원고를 집필하고 정리해왔다. 가슴 뛰는 책을 만나면 밤을 꼬박 새울 정도로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저자는 간호사란 직업이 대중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기를 소망하고 있다. e-mail: gbl386@hanmail.net (gbl은 가브리엘의 약자)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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